[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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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두화 부장 / 하동 주재 |
민선 9기 하동군정이 출범한 지 두 달을 훌쩍 넘겼다.
지난 7월 출범한 김현수 군정은 ‘군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 군정’과 ‘군민지원청 하동’을 강조하며 새로운 행정의 출발을 알렸다.
그렇다면 9월 중순을 맞은 지금, 실제 하동군정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아직 임기 초반인 만큼 성패를 평가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주요 정책과 현안을 보면 민선 9기는 민생과 지역경제, 대형 SOC, 기업 육성, 인구 문제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1인당 30만 원 민생안정지원금
가장 군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역시 전 군민 1인당 30만 원 민생안정지원금이다.
하동군은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지역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약 120억 원 규모의 민생안정지원금을 마련했다. 8월 7일 기준 하동군민을 대상으로 1인당 30만 원 상당의 하동사랑상품권을 지급하며, 하나로마트와 주유소 등 연매출 30억 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확대했다.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소비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원금이 실제로 지역경제에 어떤 효과를 냈는지는 앞으로 따져봐야 한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지역 내 소비가 실제 증가했는지,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는 않았는지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오랜 숙원 국도 19호선 4차로 확장 ‘청신호’
민선 9기 출범 이후 또 하나의 큰 변화는 국도 19호선 고전~하동 구간 4차로 확장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다.
고전면에서 하동읍까지 8.8㎞ 구간을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약 1,530억 원 규모다.
하동군청과 응급의료시설, 소방서 등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인 만큼 군민들의 관심도 높다.
다만 예타 통과가 곧 사업 완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국도·국지도 건설계획 반영과 설계, 예산 확보, 착공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결국 민선 9기 하동군의 진짜 실력은 지금부터다.
예타 통과라는 성과를 실제 착공과 완공까지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매출 100억 기업 100개’… 지역경제의 새로운 방향
9월 들어 하동군이 내놓은 새로운 경제정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연매출 100억 원 이상 기업 100개 육성’이다.
군은 기업의 인력난과 자금난, 판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한편 상공협의회 신설과 기업 지원 확대, 2027년 하동형 근속지원금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이 머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 하동에 100억 원 이상 기업이 몇 곳이며, 100개까지 늘리기 위해 필요한 예산과 기업 유치 전략은 무엇인지, 실제 신규 일자리는 얼마나 만들어질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100개 육성’이라는 숫자가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중간 성과를 지속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 6년 7개월 만에 순증
하동군의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인 인구 문제에서도 최근 변화가 나타났다.
하동군은 8월 말 기준 인구가 전월보다 26명 늘어나면서 2020년 1월 이후 6년 7개월 만에 순증했다고 밝혔다. 군은 민생안정지원금, 청년 정착 지원, 어르신 건강관리 등의 정책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반가운 변화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 달간의 인구 증가만으로 장기적인 인구 감소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청년이 계속 머물고, 외지인이 하동으로 들어오며,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지를 장기간 지켜봐야 한다.
인구 정책의 성적표는 한 달의 숫자가 아니라 몇 년 뒤의 변화로 판단해야 한다.
◆공약 59건, 이제 본격적인 검증 시작
민선 9기의 공약도 현재 실행계획을 확정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하동군은 지난 8월 공약 실천계획 검토보고회를 열어 사업별 추진 일정과 재원 확보 방안, 사업 효과 등을 점검했다.
재정 부담이 크거나 주민 체감도가 낮은 사업은 조정하거나 공약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종 조정 사항은 9월 말 군민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이 대목은 앞으로 매우 중요하다.
공약을 많이 지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필요한 사업인지, 예산은 감당할 수 있는지, 군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사업인지를 따져야 한다.
특히 민선 9기 4년 동안 어떤 사업에 얼마의 군비가 들어가는지 군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원·갈사산단·KTX 등 장기 현안은 여전히 진행형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보건의료원 준공, 갈사산단 정상화, 경전선 KTX-이음 하동역 정차, 관광산업 활성화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이 사업들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업 발표보다 진행 상황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갈사산단과 같은 장기 현안은 과거에도 많은 계획과 약속이 있었던 만큼 이번 민선 9기에서는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를 군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하동말차·교육도 새로운 정책 영역
하동의 대표 자원인 차 산업도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하동군과 중국계 글로벌 티 브랜드 차지(CHAGEE)가 하동말차 공급과 홍보·마케팅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면서 하동 차의 국내 시장 확대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하동군과 교육지원청이 교육혁신선도지역 지정을 위한 민·관·학 협력체계를 가동했다. 선정될 경우 연간 20억 원씩 최대 100억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농업과 교육, 관광을 단순 지원사업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경제와 인구 정착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자의 눈
민선 9기 출범 이후 하동군정의 움직임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30만 원 민생안정지원금으로 민생을 챙겼고, 국도 19호선 4차로 확장 예타 통과로 숙원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기업 100곳 육성이라는 새로운 경제 목표도 제시했다. 인구도 일시적이나마 순증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민선 9기가 출범한 지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는 ‘계획’과 ‘시작’이 많은 시기였다.
앞으로 군민들이 보고 싶은 것은 계획이 아니라 결과다.
30만 원 지원금이 지역경제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국도 19호선 확장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지,
기업 100개 육성 목표가 실제 일자리로 연결되는지,
인구 순증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지는지,
59개 공약이 어떤 예산으로 어떻게 추진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군민지원청 하동’이라는 약속이 실제 행정 현장에서 체감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민선 9기의 출발은 이제 끝났다.
지금부터는 말보다 숫자와 결과로 평가받아야 할 때다.
잘한 것은 군민에게 알리고, 부족한 것은 과감하게 고치며, 잘못된 사업은 솔직하게 설명하는 행정.
그것이 군민이 바라는 민선 9기의 모습일 것이다.
결국 4년 뒤 민선 9기의 성적표는 군청의 보도자료가 아니라 하동군민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느냐가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