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대표신문, 창원일보

[신재한 칼럼]
AI가 빨라질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멈춤’이다

인공지능 시대, 왜 자기조절능력이 중요한가

[신재한 칼럼]
AI가 빨라질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멈춤’이다

인공지능 시대, 왜 자기조절능력이 중요한가

창원일보 | 입력 : 2026/09/22 [10:58]
  • 카카오톡
  • 네이버
  • 인쇄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 교육부 연구사 역임 / 한국상담학회 노인상담학회 대외협력위원장, 수련감독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밤사이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고 뉴스를 훑어본다. 출근길에는 짧은 영상을 보고, 업무를 시작하면 이메일과 메신저 알림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검색하기도 전에 생성형 AI에게 묻는다. 보고서 작성에서 회의 요약, 번역, 일정 계획까지 이제 AI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도와준다.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더 자주 “집중이 안 된다”, “머리가 복잡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피곤하다”고 말한다.

 

기술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인간의 뇌가 그만큼 빨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AI 시대에는 새로운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바로 자기조절(self-regulation)​이다.

 

◆내 뇌의 운전대를 누가 잡고 있는가

 

자기조절이라고 하면 흔히 ‘참는 힘’을 생각한다.

 

먹고 싶은 것을 참거나, 화가 나도 표현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고 싶어도 억지로 참는 것을 자기조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자기조절은 단순한 인내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자기조절은 자신의 몸·감정·생각·행동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상황과 목표에 맞게 조정하며 행동의 방향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자기조절은 가속페달만 밟거나 브레이크만 밟는 능력이 아니다.

 

속도를 조절하고, 방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멈추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종합적인 운전 능력​에 가깝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왜 이 능력이 더욱 중요할까?

 

◆정보가 부족한 시대에서 주의가 부족한 시대로

 

과거에는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웠다. 이제는 정반대다. 너무 많은 정보 가운데 무엇을 보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스마트폰 알림, SNS, 뉴스, 광고, 숏폼 콘텐츠와 AI가 만들어 내는 정보까지 우리의 주의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문서를 작성하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문서로 돌아왔다가 새로운 알림을 보고, 잠시 검색하다 관련 영상을 클릭한다. 몸은 의자에 앉아 있지만 뇌의 주의는 계속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AI 시대의 중요한 능력은 단순히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다.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무엇을 무시할 것인지 선택하는 능력이다.

 

주의는 무한하지 않다. 중요한 목표에 사용해야 할 주의를 사소한 자극에 계속 빼앗긴다면 아무리 좋은 AI 도구를 가지고 있어도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 뇌에는 가속장치와 브레이크가 있다

 

뇌에는 새로운 자극과 보상 가능성에 빠르게 반응하는 체계가 있다.

 

스마트폰에 알림이 뜨면 확인하고 싶어진다. 새로운 메시지가 왔는지 궁금하고, 재미있는 영상 다음에는 또 다른 영상을 보고 싶어진다. 보상과 동기에 관여하는 뇌 회로는 이러한 행동에 영향을 준다.

 

반면 인간에게는 목표를 유지하고 충동을 조절하며 행동의 결과를 생각하도록 돕는 조절 체계도 있다. 특히 전전두엽을 포함하는 여러 뇌 네트워크는 주의조절, 계획, 판단, 행동억제와 같은 실행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기조절은 전전두엽 하나가 담당하는 기능이 아니다.

 

편도체를 포함한 여러 영역은 위협과 정서적 자극 처리에 관여하고, 전대상피질은 갈등이나 오류를 탐지하는 데 관여한다. 섬엽은 심장박동, 호흡, 긴장 등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차리는 내수용감각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자기조절은 하나의 뇌 영역보다

 

몸의 상태를 감지하고 → 감정을 알아차리고 → 주의를 조절하고 → 목표를 떠올리고 →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 뇌의 협력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화를 참는 것과 조절하는 것은 다르다

 

회의에서 자신의 제안이 거절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빨리 뛴다.

 

‘내 의견을 무시하는군’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즉시 반박하고 싶어진다.

 

이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를 억누르는 것만이 자기조절은 아니다.

 

먼저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심장이 빨리 뛰고 있구나’

 

‘내가 방어적으로 반응하려 하고 있구나’

 

‘지금 바로 말하면 감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겠구나’

 

그리고 잠시 호흡한 후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어떤 부분을 현실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감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감정과 행동 사이에 작은 공간을 만든 것이다.

 

바로 이 공간이 자기조절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AI 시대에는 ‘인지적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자기조절은 감정이나 스마트폰 사용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AI를 사용할 때도 필요하다.

 

생성형 AI가 매우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답을 제시하면 우리는 그것을 쉽게 신뢰할 수 있다. 특히 시간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는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유혹이 커진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새로운 자기조절 능력이 필요하다.

 

“잠깐, 이것이 정말 맞을까?”

 

라고 멈춰 생각하는 능력이다.

 

AI에게 질문한 후 다음과 같이 다시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근거가 있는가?’

 

‘사실과 해석이 구분되어 있는가?’

 

‘다른 관점은 없는가?’

 

‘내가 직접 판단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것은 단순한 정보검증을 넘어 자신의 사고과정을 점검하는 메타인지적 자기조절이다.

 

◆자기조절은 몸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감정이 흔들리면 생각부터 바꾸려고 한다.

 

“화내지 말아야지”

 

“불안해하지 말아야지”

 

“집중해야지”

 

그러나 몸과 뇌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이 긴장해 있는데 생각만으로 즉시 평온해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자기조절의 첫 단계는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다.

 

“지금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가?

 

턱을 꽉 물고 있는가?

 

호흡이 얕아졌는가?

 

심장이 빨리 뛰는가?

 

배가 불편한가?

 

그다음 감정을 살펴본다.

 

‘나는 지금 화가 난 것인가, 불안한 것인가, 서운한 것인가?’

 

마지막으로 생각을 살펴본다.

 

‘나는 지금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가?’

 

이 과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몸 알아차리기 → 감정 알아차리기 → 생각 알아차리기 → 행동 선택하기

 

◆AI보다 빨라질 필요는 없다

 

앞으로 AI는 지금보다 더 빠르고 정교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도 AI만큼 빠르게 생각해야 할까?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

 

AI가 빠르게 답을 만들어 줄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잠시 멈춰 그 답의 의미와 방향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AI가 수십 가지 선택지를 만들어 주더라도 무엇이 자신에게 중요한지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그래서 AI 시대에 필요한 질문은 단순히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가 아니다.

 

“AI를 사용하는 동안 나는 내 주의와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조절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도 함께 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빠르게 반응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멈춰야 할 때 멈추고, 생각해야 할 때 생각하며, 자신의 가치와 목표에 따라 다시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힘.

 

그것이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자기조절능력이다.

  • 카카오톡
  • 네이버
  • 인쇄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