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의회 으름장보다
열린가슴ㆍ낮은자세로
귀 기울이는 자세 갖춰야
양산시의회와 양산지역 여성단체인 양산여성회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기초의회가 사실상 유권자인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채택한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이에 맞선 시민사회단체도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양산시의회는 양산여성회 의정모니터단의 방청을 불허한데 이어 시민들에게 공개사과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양산여성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객관적 근거 없는 일방적이고 감정적인 성명서`라며 5개항의 공개질의에 나섰다.
양 측간 갈등 배경은 이렇다. 지난달 26일 양산시의회 기획총무위원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 민주당 비례대표인 정석자 의원은 지역내 4개 여성단체가 주최하는 `여성주간행사`가 예산투입에 반해 효과가 낮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책을 요구했다. 마침 이날 행정사무감사장에 의정모니터단 일원으로 방청을 했던 양산여성회장이 같은 날 오후 정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장에서 질문의 요지와 의도`를 물은 것이 단초가 됐다.
정 의원은 "소신발언을 한 의원에게 이해당사자가 전화를 걸어와 발언 의도를 묻는 것은 명백한 감사권과 시의원의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 발 나아가 시의회는 의정모니터단의 방청불허와 함께 14명 가운데 13명의 시의원이 서명, 대시민 사과요구 성명서를 채택한 것이다.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지역여론은 양산시의회의 대응이 지나쳤다는게 중론이다. 우선 비공개 회의가 아닌 행정사무감사에 특정 사회단체만을 지목해 방청을 불허한 것은 법적 근거는 물론 논리적으로도 빈약하다.
시의회는 회의규칙에 근거해 방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규칙내용에는 음주, 흉기소지 등 회의진행을 방해하는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 또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11조에서도 행정사무감사의 공개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사와 관련된 이해 당사자가 감사일정 이후 해당 시의원에게 전화로 문의한 것이, 시의원의 권한을 침해하고 행정사무감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감사는 특정사안에 대해 증인 및 참고인을 출석시켜 추궁을 하는게 다반사다. 이런 마당에 감사와 관련된 관계자가 방청을 하고 있어 `소신 있는 감사를 할 수 없고, 전화문의가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는 침해행위`라는 시의회의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양산시의회는 대시민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면서 결정적인 자충수를 뒀다.
시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양산여성회를 `이권 챙기기에 급급한 ` `반민주적 행위` `허위사실 유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이성적인 행위` 등으로 묘사했다. 누가 봐도 양산여성회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당장 양산여성회는 어떤 이권을 챙기려 급급했는지, 어떤 허위사실을 유포했는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행위가 무엇인지 모두 6하 원칙에 의거해 구체적인 사례와 증거 제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의회의 성명서가 감정을 한 껏 담은 격문이었다면 양산여성회의 성명은 명확한 근거와 증거를 제시해 달라는 냉정한 논리다.
시의회의 답변은 궁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양산시의회가 사회단체 같고, 양산여성회가 시의회 같은 뒤바뀐 모양새다.
시의회와 양산여성회가 제5대양산시의회 개원이후 의정모니터 활동과 의회청사 증축를 놓고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연장선상에서 불거진 갈등이기에 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연유야 어찌됐던 더 이상 지역사회의 분열을 확대 재생산하는 소모전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다만 시민의 대표기관인 양산시의회가 으름장보다는 열린 가슴과 낮은 자세로,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갖춰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시의회의 권위와 위상은 권력투쟁을 통해 쟁취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투명한 의회, 공부하는 의회, 주민의 요구를 수렴해 생활정치를 펼칠때만 싹을 틔우는 꽃이기 때문이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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