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나 나올 법한 실종사건이 경남에서 발생했다.
낚시를 하겠다며 바다 위 해상콘도에 숙박한 낚시객 2명이 하룻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외딴 섬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고립돼 하나 둘 사라지고 결국 한 명도 남지 않는다는 내용의 애거서 크리스티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케 한다.
창원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달 2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원전항 인근의 한 해상콘도에 숙박하던 낚시객 2명이 실종됐다는 콘도 주인의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실종 10일이 되도록 시신조차 찾지 못하면서 이들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손 모(54)씨 등 낚시객 2명은 지난달 21일 오후 5시 30분께 해상콘도에 도착했다.
육지에서 100여m 떨어진 이곳은 뗏목처럼 이어붙인 나무판을 바다 한가운데 띄운 뒤 숙박시설 등을 설치해 낚시를 즐길 수 있게 만든 시설이다.
말이 `콘도`지 실상은 `잠자리를 만들어 놓은 배`에 가깝다.
하루 한 번 콘도 주인이 자신의 배로 손님을 뭍에서 이곳까지 태워다준다.
콘도에 묵기로 한 손님은 다음날 콘도 주인이 데리러 올 때까지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의 실종은 다음날 오전 9시 50분께 콘도 주인이 배를 몰고 와서야 알려지게 됐다. 낚시객들이 콘도에 도착한 뒤 실종이 알려지기까지 약 16시간의 공백이 있는 셈이다.
당시 콘도에는 실종된 낚시객 외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말해줄 수 있는 목격자도 없는 것이다.
해경은 이들이 해상콘도에서 낚시를 즐기다 바다에 빠진 것으로 추정, 순찰정과 민간해양구조선 등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허탕이었다.
바다에 시신이 가라앉았을 가능성까지 고려해 실종 3일이 지날 때까지 해경122 구조대와 해양구조협회 소속 잠수부 5명도 투입해 바닷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해경은 실종 9일이 지난 1일까지 선박 180척과 477명을 동원해 콘도 반경 11㎞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낚시객들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시신마저 찾지 못한 채 시일이 경과하자 이들의 실종 이유를 두고 타살이나 자살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심지어 이들이 육지까지 헤엄을 친 뒤 그 길로 사라진 게 아니냐는 추론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해경은 이 같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된 낚시객들은 회사원, 자영업자로 나름 번듯한 직업이 있었다"며 "조사 결과 원한관계나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 갈등 같은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전항 일대를 모두 수색했으나 아직 어떤 정황이나 단서도 찾지 못했다"며 "현재 확보한 것은 그들이 낚시를 하기 위해 가져온 짐꾸러미가 전부"라고 덧붙였다.
/송종구 기자 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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