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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 부산사투리보존협회장 |
12월에 접어들자 동창회, 단체를 비롯해 크고 작은 모임이 있으면 반드시 가지는 행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망년회`다.
과연 이 말이 맞는 말인가.
한 마디로 틀렸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두고 있을 때 자기네 잣대로 지은 말이다. 여기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한 자들이 있어 끼리끼리 모여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황국 시민의 위세를 거듭나려는 뜻을 가지고 있기에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을 도우려는 술수가 있는 말이다.
그래서 망년회라 쓰면 안 된다.
원래 망년의 뜻은 `나이를 잊는다` 그리고 ``그 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는다`고 한글 대사전에 나와 있다.
또 망년지우(忘年之友)란 말이 있다. `나이 차이를 잊고 허물없이 서로 사귀는 벗`을 말하는데 흔히 망년지교(忘年之交)라 한다.
그런데 망년회다 무엇이다 해 자연히 술을 먹다 보니 서로가 주사가 올라 싸움질도 하고 고성방가뿐 아니라 난투극까지 벌여 그야말로 망년(亡年)이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며칠 전 일본 지인의 초청으로 후쿠오카에 갔다. 질서정연한 가운데 모 호텔에서 망년회를 가지는 자리였다. 물론 일본을 배척하기보다는 이들에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그렇지만 망년회라는 단어는 아니다.
일찍 중국의 사상가였던 한비자는 그의 지서에서 `존양망년(尊陽忘年)`이란 문장이 나온다. 해석을 하면 `나이 든 사람이 아랫사람을 불러 식사대접을 하며 허심탄회하게 담화를 하는 것`이라 한다.
망년을 막연히 한 해를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만든다. 그게 진정한 망년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다시 다가오는 해를 맞이하기 위해 송년회(送年會)를 가진다. 이 송년을 `영년(迎年)`이라고도 한다. `새로 맞이하려는 의미심장한 뜻`이 담겨 있기에 얼마나 멋진 단어인가.
이제부터는 망할 `망(亡)`이 아닌 바랄 `망(望)`으로 쓰자.
일본의 끈질긴 우리말 말살 정신을 다시금 생각한다.
우리 고유의 혼례(婚禮)를 저들은 결혼(結婚)이라 하는데 이 말 역시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 버젓이 쓰고 있다. 이 단어도 `혼례`라고 써야 된다.
이것 말고도 인쇄용어, 건설용어, 법조계, 문화계 등 아직도 일본의 문화가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고유의 언어가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작은 단어 하나에까지 우리말을 사용하는데 주저치 않아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공영방송에서도 멋모르게 쓰는 일본말이 있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도 일본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이게 무슨 공영방송의 자세인가. 사람을 웃기는 일이 아니고 방영하는 시청자를 졸(卒)로 보는 게 아닌지? 다시는 이러한 방송은 사라져야 한다.
2017년도 일주일 지나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성탄절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혹시 망령된 짓으로 한 해를 망치는 짓은 안 했는지, 속으로 되뇌어보고 말하자면 `회광반조(廻光返照)`하는 자세로 임해야겠다.
송년회는 자신을 바로 보고 새로운 활력을 얻고, 또한 고독하고 사려 깊은 영혼이 물러가게 수신(守身)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자기 주인에게 충실하고 충성을 다하는 2018년 무술년 황구(黃狗)의 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 의미를 되새기자.
한 해 동안 본 칼럼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해 주신 창원일보 독자 여러분! 항시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안태봉 절 꾸벅.
http://www.changwonilbo.com/news/18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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