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만년에 한번있을 기회 비워야 한다 - 경남의 대표신문, 창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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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06/10 오태영 기자

김두관 만년에 한번있을 기회 비워야 한다
현재의 정치적 정체성
정치자산을 벗어나야
또 하나의 혁명 만든다

오 태 영 (경제ㆍ기획부장)

링컨은 지방에서 하찮은 사건만 맡으며 수입도 변변찮은 별볼일 없는 변호사였다.

어떤 소송에서 상대측 변호사인 에드윈.M.스탠턴은 "왜 저 긴팔 원숭이를 끌어들였느냐"는 비아냥을 할 정도였다.

그런 링턴은 1861년 대통령 당선 후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적 에드윈.M.스탠턴을 전시국방장관으로 임명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링컨은 스물 두살 때 집을 떠나 뱃사공, 점원, 장사꾼, 측량기사로 전전했던 극빈가정 출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를 존경 받을 만한 사람임을 증명해 보일 각오를 품고 야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1832년 생가먼 카운티에서 주 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년 뒤 재출마 당선되면서 유능한 서민정치가로서 활동했다.

1858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스티븐 더글러스와 공개논쟁을 벌이면서 일약 전국적 명성을 얻게된다.

더글러스는 노예제 철폐여부는 각 주의 자치영역임을 강조한 반면 링컨은 인간이 다른 사람을 노예를 만들 수 있는 권리는 없다며 노예제문제는 자치권의 영역이 아님을 설파했다.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인상적인 연설과 확고한 신념으로 많은 사람을 매료시켰고 1861년 민주당의 조롱을 받으면서도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김두관은 운동화를 신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가난한 농어민의 아들로 태어났다.1986년 청주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고 1987년 동아대정외과를 졸업했다.

무엇하나 제대로 내세울 것 없는 처지에 전과자 낙인마저 안고 있었다.

감옥은 그에게 새로운 결심을 낳는 모태가 되었다.

그는 성공의 기틀을 고향에서 찾고 귀향 후 남해농민회를 조직한다.

1988년 13대 총선에 출마, 3천여 표를 얻는데 그쳤지만 지역운동의 기반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고향 이어리 이장을 맡았다. 이어 남해신문을 창간, 대성공을 거둔다.

1995년 당시 37세의 나이로 남해군수에 당선, 최연소 군수로서 전국적 명성을 얻게된다.

김 군수는 관사 철거, 민원공개법정제, 주민공사감독관제, 기자실 폐쇄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 초치들을 잇달아 내놓는 남해혁명을 이뤘다.

2002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만 현실의 벽만 확인하고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임명돼 또한번 전국적 조명을 받게된다.

그러나 그는 야권의 탄핵으로 6개월 여만에 물러나는 좌절을 겪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정치인 2호 팬클럽이 탄생하면서 힘을 얻게되고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이 된다.

2006년 두번째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서지만 예상됐던 대로 낙선한다.

끝날 것 같았던 그의 정치인생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적적 반전을 이루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두관은 그의 인생역정이 보여주듯 타협하지 않는 일관된 삶을 살아왔다.

그의 정치적 자산도 모두 여기에 있다.

그의 지지세력도 정치적 우군도 그의 삶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이런 관계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당선소감에서 현정권 심판 및 견제심리와 도정에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경남의 정치혁명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옳은 판단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는 생각해 볼 문제다.

전통적 한나라 지지세력이 사실상의 야당 후보인 김 당선자로 대거 돌아선 사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그 어떤 변화를 원하는 지, 정권에 대한 견제 내지는 심판 심리가 어느 선까지인 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판을 뒤업을 정도로 변화를 바라는 것은 아닐런 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김 당선자를 지지한 사람 중 상당수가 보수 내지는 여성향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신이 가진 대중성, 인간적 면모, 서민과의 동질성, 합리적 진보주의자로서 이미지 이런 것들이 이번 선거에서 상대쪽 지지자들과 부동층을 자신에게로 돌려놓은 자산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진나라의 통일 대업을 도운 이사(李斯)는 모든 기회를 `만년에 한번`이라는 생각으로 놓치지 않았던 인물이다.

김두관의 경남지사 당선은 본인의 말대로 정치혁명이다.

혁명을 완성하는 일은 이제부터다.

뿌리깊게 고착돼온 지역구도를 헐고 인물과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토대를 쌓는 일에 그는 하나의 벽돌을 놓았을 뿐이다.

김두관 당선자는 그의 후원세력과 정치적 자산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쌓아온 정치적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는 자유로와야 한다.

링컨이 그랬던 것처럼 정적마저도 포용하는 자세, 이사가 그랬던 처럼 절호의 기회를 살리는 강한 의지와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그럴려면 적을 적으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자기 그룹에 대한 집착도 버려야 한다. 비우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없다.

김 당선자는 이번 선거의 승리로 정치인생에서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그의 꿈이 여기까지가 아니라면 그는 남해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하나의 경남혁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민 대다수가 수긍하는 혁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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