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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말이산고분군 능선. 길이가 1.9킬로미터에 달하는 나즈막한 능선위로 아라가야 왕과 귀족들의 무덤이 조성돼 있다. (사진제공= 함안군) |
3월 말이산고분군…춘색이 짙어지다
3월이 시작되자 세계문화유산 말이산고분군에는 차츰 춘색이 짙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겨우내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말이산고분의 식생들이 한둘씩 빼꼼히 땅 위로 고개를 내밀고는 봄 아씨가 어디까지 왔나 살피는 모습도 눈에 뜨인다.
오랜시간 동안 풀리지않는 비밀을 고이 간직한 말이산고분군, 역시 아름다운 것은 말이 필요없다. 말이산의 꽃과 나무, 달과 별, 바람도 모두 그렇다. 1600년 전 이곳에 살았던 그들에게도 말이산은 아름다운 산이었을 터다.
3월 중순 즈음, 봄은 남과 북으로 이어진 1.9킬로미터나 되는 긴 능선 위에 살구꽃을 서둘러 꽃 피운다. 말이산고분의 나홀로 벚나무가 유명세를 타지만, 실상 아는 이는 살구꽃을 더욱 고대한다. 맨 먼저 짧게 피었다가, 이내 벚꽃에게 자리를 내주고 내년 봄을 기약하면서 서둘러 떠나기 때문이다.
살구꽃이 지는 이달 초~중순 경에는 벚나무가 완연한 봄을 고하면서 만개하면 비로소 말이산의 봄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함안 말이산 고분군은 3월~4월 내내, 아니 1년 내내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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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산고분군의 벚꽃(사진제공= 함안군) |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말이산은 예능 ‘1박2일’과 드라마 ‘환혼’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함안박물관 뒤편 7호분 근처의 벚나무나 1호분 근처의 살구꽃은 하늘을 배경으로 삼고 고분의 능선이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멋진 장소여서 봄철 많은 인스타를 장식한다,
4월 들어 말이산은 겨우내 잿빛으로 채색됐던 낡은 옷을 벗어내고 본격 신록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언제나 찾아도 안온한 느낌을 안겨주는 말이산고분군은 그래서 산자와 죽은자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새로 자리 매김한다. 주변을 압도하되 조화로움을 잃지 않으면서 오늘도 방문객을 그 곱디고운 자태로 수줍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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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에서 바라본 말이산고분군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역사의 현장
고분(古墳)은 고대에 만들어진 무덤을 말한다. 고대국가 형성 이후의 무덤을 고분이라 해 역사를 연구하고 재구성하는 학술 자료로 활용한다. 이때 고대국가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를 지칭한다.
원래 고분이란 사람의 시신을 매장한 시설물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고분의 가치는 역사의 타임캡슐 그 현장이며 나아가 인간 지능의 발달을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세계문화유산 함안말이산고분군은 그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말이산고분이 들려주는 역사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무언의 교훈을 안겨주기도 한다.
유네스코는 지난 해 9월 경남지역 6곳, 전북 1곳등 모두 7개 지역의 고분군을 연속 자산으로 묶어 세계인이 함께 돌보고 보존해야 할 명실공한 세계유산으로 선포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7곳의 가야 고분군을 두고 주변의 나라들과 공존하면서 다양하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해 온 독특한 가야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백제와 신라, 바다 건너 일본의 문화까지도 수용해 독창적인 문화를 이룩한 것에 대한 대단한 찬사다.
옛 무덤이라 해도 모두 고분은 아냐
고대 중국에서는 지하에 시신을 매장하고 지상에 아무런 시설을 가하지 않은 것을 묘(墓)라고 불렀다. 반대로 지상에 흙을 쌓아 올려서 시설을 만든 것을 분(墳)이라고 해 묘와 분을 엄격히 구분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별다른 구분없이 ‘분묘’라 부른다.
그렇다면 고분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옛날 무덤 중에서도 역사적 고고학적 자료가 될 수 있는 무덤만을 고분(古墳)으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엄격히 말하면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옛 무덤은 고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무덤이 한반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는데 경남 함안군과 경북 고령군에 집중 조성돼 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과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가야와 관련한 고분군이 대략 780여 곳에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국시대는 사국시대라 불려야
무덤은 시기에 따라 형태나 조성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그 안에 무덤 안에 매장된 다양한 유물을 통해 부장자(묻혀있는 이)의 신분과 사회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역사를 기술한 김부식의 ‘삼국사기’나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고구려, 신라, 백제의 역사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은 삼국시대에는 세 나라만 있는 줄 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실은 6개의 국가가 연맹한 가야를 포함해서 4개 나라가 있었다. 실제로는 삼국이 아니라 사국 시대였다. 그런데 가야의 기록은 앞의 3국에 비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가야의 역사 연구에 몰두하지 않았으며 일부는 국가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가 삼국시대라는 왜곡된 역사관을 낳게된 것이다.
그런데 가야의 왕릉, 그 중에서도 아라가야의 왕릉은 그런 학술을 뒤엎어버렸다. 도대체 저렇게나 거대한 무덤을 조성할 수 있는 국력이 엄연히 존재했는데, 국가가 아니라 할 것인가.
말이산은 ‘우두머리산’…아라가야 왕과 귀족들의 무덤
말이산고분군은 1600여 년 전의 아라가야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바로 고분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을 통해서다. 생전에 밤하늘의 천문을 읽었으며 사후에서는 무덤 속에서도 어두운 하늘의 천기(天氣)를 읽었던 아라가야의 왕은 자신의 무덤 속에 함께 부장했던 유믈들로 아라가야의 국력과 위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가야고분군은 ‘사라진’ 가야 문명을 복원할 수 있는 주요한 유적으로 떠오른다.
말이산(末伊山)은 ‘머리’와 ‘산’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우두머리의 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나지막한 구릉과 능선을 따라 꼭대기에는 일정 간격으로 대형무덤이 조성돼 있는 현장은 가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1910년대 일본인들에 의해 유린
말이산 고분군은 일본인들에 의해 처참히 유린당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10년 대 처음으로 조사됐는데 발굴을 빙자한 도굴행위가 자행됐다. 이런 과정에서도 4호분의 봉토(흙을 쌓아 올린 부분) 지름이 39.3ｍ, 높이가 9.7ｍ에 이르렀던 사실이확인돼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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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산고분군 45호분 출토 사슴모양 뿔잔 (사진제공= 함안군) |
여러 고분 가운데 말이산 45호분에서 나온 상형 도기 세트는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10월 보물로 지정된 유물로 정식 명칭은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도기 일괄’이다.
집 모양 도기 2점, 사슴 모양 뿔잔 1점, 배 모양 도기 1점, 등잔 모양 도기 1점등으로 구성된 유물은 여러 점이 세트를 이뤄 출토된 데다 가야인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12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지난해 결실
지난 12년간, 경남도와 함안군등은 가야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가장 중심적으로 힘을 많이 쓴 곳이 함안군이다. 가야고분 가운데 숫자가 가장 많고,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이 말이산고분군이어서다.
함안은 경남도에서 동서남북으로 가장 중심지이고 가야시대에도 전후기를 통털어 그 중심축에는 아라가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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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근제 군수 |
‘조근제’ 군정의 결실…아라가야 역사 꿰뚫어
조 군수, “말이 필요 없습니다. 와서 보시면…”
12년의 결실을 이루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이가 조근제 함안군수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그는 6년전 군수로 취임하면서 말이산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았고 가야권 시장군수협의회 회장등을 역임하면서 유네스코 등재를 현장에서 직접 추진했다.
“가야지역의 모든 시군을 몇번이나 다녀봤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갈 때마다 아~ 말이산이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직접 와서 보시면… 시쳇말로 반합니다”
그는 말이산고분군에 대해서라면 두어 시간은 족히 힘주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론적으로도 완전히 무장돼있다. 함안군민들은 그를 세계문화유산 말이산고분군의 전도사로 부르기 한다./ 김인교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30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