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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좋은 글은 어떻게 쓰여 지는 것일까? 사실 글 쓰는 일에 미쳤다고 자청하지만 글 이란 아무렇게나 지껄이듯 쓴다고 해 글이 아니다.
글이란 쓰는 것이 아니라 낳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 듯하다. 여기서 낳는다는 것은 때 묻지 않음이며, 거짓과 기교를 모르는 갓난아기를 뜻하는 것이며, 부단한 성찰과 사색이 있어야 만이 가능한 것이다.
주제와 메시지가 없는 글은 죽은 글로서 아무런 감흥(感興)이 없다. 그저 남의 문장을 비슷하게 모방하거나 간단하게 표현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유식한 척하기 위해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전문가라도 된 양 꾸미는 글은 독자로 해금 시간이 아깝다거나, 쉽게 질리게 해 사색 능력을 방치하게 한다.
그것은 지식 학대이며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조심할 것은 어떤 역사적인 사실을 말하고자 할 때 무조건 자기의 생각을 강조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집필자는 역사의 다방면을 말하며, 그 판단은 독자에게 맡겨야 한다. 역사는 상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만 보아도 글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은 태산중령(泰山中領)앞에서 호미자루 하나 든 것처럼 막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서예를 배우는 사람의 서체(書體)는 삐뚜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일지언정 기초(基礎)교본을 보고 글자체를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교본이 이 사람의 글씨였는지 분간할 수 없다. 집필자는 자기의 관심 분야에 맞추어 글을 많이 읽어야 하며, 그 문장을 따라 습작해 보아야 한다. 그런 후 점차 적으로 개인의 사사로운 생각 따위를 옮기는데 낡은 생각이 아닌 열린 생각, 문장에 막힘이 없어야 한다. 이것을 일러 우리는 법고창신(法故創新)이라 한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 새로움을 만든다.` 이 말은 집필가의 기본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글이 되고 만다. 자고로 글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만이 사람 냄새가 난다. 꾸미거나 기교를 부리면 금방 표시가 난다. 자신만 모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필자는 생각이 편향돼서는 안 된다. 모든 사물을 다양하게 보고 다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제자 황상에게 전한 공부 방법을 상기해보자. 동천여사 시절 제자인 황상이 지은 `임술(壬戌)기`를 살펴보면 유배 시절 하숙을 하고 있던 허름한 주막집을 찾은 열다섯 살 소년 황상에게 다산이 써준 글이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라고 하자 제자 황상은 "선생님 저에게는 세 가지 병통(炳痛)이 있습니다. 첫째는 머리가 너무 안돌아 가는 것이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힌 것이고, 셋째는 분별(分別)심이 모자라 답답한 것입니다"라고 겸손함을 표했다.
정약용은 황상의 곱고 순수한 마음과 삼가는 태도가 고맙고, 기특하고 예뻐서 끌어안아 주고 싶었다. 다산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대개 모든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는데 너에게는 그것이 없구나. 보통 외우는데 있어 민첩한 사람은 조잡하기 마련인 병통이 한 가지 있고, 글 짓는데 날랜 사람은 글들이 들떠 가볍게 보이는 병통이 또 한 가지 있고, 깨달음이 재빠르면 찬찬하지 않고 막되고 거친 것이 병통이다. 아울러 대체로 보아 자기가 남들보다 약간 둔하다는 것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려는 일에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막힌 부분에 구멍을 넓게 뚫게 되고, 막힌 곳이 뚫리게 되면 그 흐름은 성대해 지는 것이다. 또 스스로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답답함을 이겨 내기 위해 꾸준하게 연마하고 또 연마하기 때문에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고 했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좌우지간에 부지런해야 한다. 한 번 뚫은 것은 또 어째해야하는가. 그것도 마찬가지로 부지런해야 한다. 그러면 또 어떤 자세로 부지런해야 하는가.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서 부지런히 풀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다산은 이때껏 자기가 해온 부지런한 공부의 태도와 성실성을 제자 황상에게 전했던 것이다.
스승의 말에 황상은 그로부터 61년의 세월이 지난 116세의 나이가 되도록 스승의 말을 되새기고 실천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머리보다는 깊은 사색과 성실함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미치도록 글을 읽고, 미치도록 글을 쓰며, 글을 쓰되 생명처럼 사랑하게 되면 비로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자에서 보낸 편지에게 `부지런히`라는 말을 다섯 번이나 누누이 언급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현상을 관찰하며 글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미리 정해 놓은 것이 아니다. 모름지기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마음속에 진실함과 열정이 있어야한다. `고궁독서(固窮讀書)` 가난한 것을 달게 여기고 글 읽기를 좋아하는 선비들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글 잘 쓰기 위한 9가지
1. 사람들이 많은 공개된 자리에서 글을 쓸 것
2. 퇴고 거듭할 것
3. 글을 큰 소리로 읽을 것
4. 글 쓰는 일에 미칠 것
5. 다양한 사람의 글을 많이 읽어볼 것
6.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메모할 것
7. 갈고 닦을 것
8. 자연을 소재로 한 글을 많이 쓸 것
9. 문자 대신 손 편지를 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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