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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돌을 맞아도 이대로 간다" 는 말은 역대 어떤 통치자에게도 들어보지 못했다. 통치자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으며, 너무 가볍고 중심이 없다. 왕언여사기출연륜(王言如絲基出如淪)왕의 말은 실처럼 가늘어도 한 번 입 밖에 나오면 동아줄 같이 굵다는 말이다. 이는 통치자의 사소한 말도 신민(臣民)에게 전해지면 그 영향이 크므로 말을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하기야 윤 대통령이 이런 고풍스런 말을 이해하고 수용할 리가 만무하다. 대통령이 "돌 맞아도 간다" "어쩔 수 없다"고 발언하자 주요 보수언론에서 체념 섞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망하고 졸렬하다`(조선일보)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에 4표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은 보수의 자존심을 긁고, 결국 정권을 무너뜨리는 일로 번질 수 있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말 속엔 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고 고스란이 담겨 있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중단 등 한 대표의 3대요구에 대해 "이미 자제하고 있다" 등 부정적 반응을 보인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가 블랙홀처럼 국정 이슈를 삼키는데도 이를 왜곡된 여론`이라며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잇따른 불기소, 그 와중에 버젓이 공개 활동에 나선 김 여사 행보 등으로 인한 여론 악화 등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찬성 60%로 이어졌는데도 윤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에 7.8명의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이들이 공식 라인을 건너뛰고 김 여사에게 직보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오래고, 4.10총선 참패 직후 총리 후보 하마평을 흘리는 등 언론 플레이를 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에 "구체적으로 잘못한 게 뭔지를 써서 달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일반 여론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신속히 임명하겠다고 했던 특별감찰관을 집권 2년 반이 다 돼도록 야당 핑계를 대며 임명하지 않는 것이나, 김 여사의 일정을 통제한 제2부속실 설치 의사를 밝혀 놓고 사무실 공간 등을 이유로 서두르지 않아 온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보수언론은 김건희 씨 공천개입 의혹과 핵심 인물 명태균 씨를 폭로 중인 강혜경 씨의 증언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공천 개입, 여론조사 조작 의혹 뿐만 아니라 김건희 씨와 명태균 씨가 나눴다는 `영적 대화` 논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 손바닥 `왕(王)`자 논란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 다음 날인 22일, 언론에 두 사람이 면담에서 나눈 대화가 구체적으로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우리 의원들이 헌정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당 의원들을 믿는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김건희ㆍ채해병 특검법` 재표결 결과, `부결` 당론에 따르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은 4명이었다.
윤 한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긴 사무용 테이블을 두고 한 대표를 정진석 비서실장과 함께 맞은편에 앉힌 것, 한 대표와의 면담 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찬 자리에 부른 것 "모두가 처음 보는 이상한 풍경"이다. 이는 한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여기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오지 못한 한 대표의 인내심을 엿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 여사 문제를 풀지 못하면 보수층의 자존심도 상처를 입고, 방어의 성벽도 무너진다. 마지막 해법은 김 여사를 포함해 대통령과 한 대표의 3자 회동밖에 없다. 헌정사상 첫 탄핵은 대통령의 대단한 불법 때문이 아니었다. 최순실이는 인물과 대통령이 맺은 관계가 국민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윤 대통령은 지난 회담에서 어쩔 수 없이 특검안이 통과돼도 그만이는 뜻을 표현했다. 실제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만찬을 하던 추경호 원내대표를 굳이 부를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추가 이탈자가 계속 더 나오면 찬성 200표로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될 수 있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그 사태의 파장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윤 대통령의 정국인식이 너무 가증스럽고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한 대표의 정치생명은 국민에게 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과 맞서라. 국민은 현명하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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