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원문화재단(대표이사 조영파)이 주관한 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예술감독 현시원)가 지난 10일, 45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비엔날레는 역대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요 전시 장소였던 성산아트홀, 1973년 발견된 조개무지인 사적 제240호 성산패총, 과거 산업단지 근로자의 활동 장소였던 창원복합문화센터 동남운동장(이하 `동남운동장`), 조각가 문신이 직접 설립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하 `문신미술관`)까지 총 네 곳에서 펼쳐졌다.
16개국 86명(63팀)의 국내외 작가, 협업자와 함께했으며 동시대 조각의 수평성, 여성과 노동, 도시의 역사와 변화, 공동체의 움직임 등을 다각도로 다루는 창원 기반의 커미션 신작 등 총 177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기간 총 10만7천710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시(詩)에서 비롯된 철학적 사유가 예술을 만나서 재현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금, 조각에만 한정되지 않고 발현되는 예술의 경지가 놀라웠다"는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관람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연령층의 창원 시민은 물론이고 타 지역 미술 전문가와 연구자 등 많은 이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사적 제240호 성산패총, 근로자 숨결 서린 동남운동장 등 새 공간 발굴
이번 비엔날레의 전시 장소 네 곳은 역대 창원조각비엔날레가 개최됐던 돝섬, 용지공원이 아닌 도시의 역사가 돋보이는 공간을 주제로 선정했다. "수직적으로 세워진 조각을 바닥에 가깝게 눕혀 수평적으로 바라보겠다"는 현시원 예술감독의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 근현대 계획도시 창원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긴 장소들이 발굴됐다.
특히 성산패총은 해발 29미터의 언덕에 위치한 야철지, 유물전시관과 주변의 산업단지공단이 함께하는 도시의 시간과 조각의 순간, 다층적 시간대를 지닌 장소로 많은 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창원복합문화센터 동남운동장은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복지센터와 운동장이 존재하던 곳으로, 1980년대에 사용하던 골대와 구령대, 사람들의 함성이 남겨진 장소로 정현의 `목전주`와 이유성 작가, 탠저린 콜렉티브의 신작 등 수행적이고 시청각적인 작업이 관객을 맞았다. 이번 비엔날레는 창원의 역사와 지난 기억, 계획도시와 조각의 관계를 품은 전시장소 네 곳을 "큰 사과이자 큰 전시 도면 삼아 동시대 예술가들의 조각의 시간을 구축"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동시대 최첨단 예술을 보여주는 질 높은 미술 비엔날레로 평가받았다.
전시 기간 중 창원 도시를 지도 삼아 움직이는 수많은 관람객의 발길 이어져- 관람객 수는 2022년 창원조각비엔날레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관람객 만족도 조사 결과 중 비엔날레의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야외 전시와 함께 즐길 수 있어 실내에서 느껴지는 피로를 줄이는 휴식의 시간이 됐던 것 같다"고 답해 조각 작업을 배치하는 방법론을 평가한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한편 "김혜순 시인의 시(詩)에서 차용한 전시명과 비엔날레 선집 무크를 보며 조각과 문학, 조각과 타 장르가 함께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지난 비엔날레와 비교했을 때 "창원의 역사를 지닌 공장단지 속 패총을 전시장소로 선보이며 지역사를 다룬 점이 특별했던 것 같다"는 소감이 줄을 이었다. 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종합만족도는 전년 대비 종합만족도가 82.4점으로 1.48% 증가했다. 차원별 만족도로는 비엔날레 운영이 85점으로 가장 높고, 그다음 도슨트 운영이 83.1점으로 높게 나타나 재단의 비엔날레 운영 방식이 관람객의 높은 만족도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의 경우 국내 언론 뿐 아니라 해외 예술매체 프리즈(Frieze), 오큘라(Ocula), 아트포럼(Artforum), 보그 코리아(Vogue Korea), KTX매거진을 비롯한 다수의 매체에 비엔날레 소식을 실었다. 비엔날레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숏폼, 릴스 시리즈를 제작하는 등 이목을 끄는 SNS(인스타그램 @changwonbiennale, 페이스북) 운영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구 삼청로와 중구 일대에 전시 기간 중 가로등 배너를 선점 게시하며 수도권에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알리기 위한 홍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처럼 다양한 매체와 지역으로 접근하는 시도는 타지 관람객 유입률을 높이며 지역 행사가 아닌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비엔날레로 부상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반 관람객의 열띤 호응뿐 아니라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를 관람한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이영철 총감독은 "금년의 창원조각비엔날레는 한국 현대 조각의 역사와 큐레이터의 해체적 재구성을 동시대 미술의 포스트 미디움 조건 안에서 진지하게 검토하는 도전적이고 야심 찬 전시다. 4개의 분리된 장소는 기존의 조각 담론에 관한 간략한 논평인 동시에 존중의 표명이면서 인류세, 자본세의 막다른 국면에서 동물-인간의 걷기와 이동의 잠재적인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창원의 긴 역사와 도시 변화라는 맥락에 개입하는 공적이고 비판적 담론을 외관상 강조하지 않으면서 소리, 바람, 냄새, 감촉 등이 일정한 개념과 균형을 이루는 시적인 문장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택시, 지도, 청소년들의 영상 창작 등 도시 전체를 하나의 조각적 시공간으로 바라보는 시민 간 협업으로 이어져비엔날레는 창원 시민뿐 아니라 비엔날레를 찾는 방문객의 이동 편이를 위해 전시 장소와 도시 곳곳을 순회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했다. 또한 택시와 KTX 여행상품 등 교통수단을 활용한 홍보와 창원 시민이 비엔날레의 매개자이자 참여자로 함께하는 홍보 방안을 마련해 비엔날레와 지역을 연결하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역대 처음으로 창원 소재 택시기사 대상의 홍보대사를 모집하여 운영했다. 선발된 13명의 택시 홍보대사는 일상에서 택시에 탑승하는 시민과 창원을 방문하는 외지 관광객에게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알리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중 진광윤 홍보대사는 "어떤 혜택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창원 시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으로 활동에 임했다. 쉬는 날에는 전시장소를 쭉 둘러보며 어떤 작품이 있는지 파악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일본인 승객이 차에 비치된 비엔날레 홍보물을 보고 묻길래 손짓, 발짓을 해 가며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며 활동 당시의 해프닝을 전했다.
지역 청년 53명이 국립창원대학교, 경남대학교 관련 학과를 졸업한 후 고용노동부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의 일환으로 비엔날레 홍보 콘텐츠 제작 보조와 전시 작품 관리, 관람객 작품 해설 등 전시 운영의 전반적인 업무를 배우며 인턴으로 활동했다. 또한 경남관광고등학교 재학생과 교사 등 35명(학생 28명, 멘토교사 7명)이 비엔날레 참여작가를 인터뷰하거나, 전시 장소를 방문해 관람 방법 안내 영상과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등 비엔날레 홍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지역의 대표 행사를 알리기 위해 적극 나섰다.
비엔날레는 7월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과 창원에서 진행됐던 사전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전시 기간인 9월 27일부터 11월 10일까지(45일간) 심포지엄과 다양한 관객을 대상으로 8개 프로그램을 27회 운영했다.
성산패총부터 남촌강, 안민고개로 이동하며 도시의 경계에 관한 내러티브를 상상해 보는 트랜스필드 스튜디오의 `해발, 중심` 투어 퍼포먼스, 동남운동장에서 밤 정취를 느끼며 손전등으로 조각을 비춰 감상한 경험을 나누는 우아름의 `밤 야영지`,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해 전국 곳곳에서 창원으로 이동하며 도시의 윤곽을 그려가는 제일여객의 `제일창원` 등 창원을 주제로 관객이 예술가와 함께 직접 작품 속으로 진입해 이동하는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의 작업물은 전시 종료 이후에도 전시의 기록이자 미디어로서 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웹사이트(https://changwonbiennale.or.kr/2024)에서 지속적으로 관객과 만난다. 시와 도시, 조각의 언어를 탐구하는 일곱 번째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전시 장소를 순환하는 사물이자 움직임을 위한 지면으로 기획된 `큰 사과가 소리없이: 무크`를 비롯해 가상 여행사이자 출판사인 `구름`이 진행한 세 번의 대화를 접할 수 있다.
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는 많은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재)창원문화재단 조영파 대표이사는 "올해 비엔날레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새로운 문화 가치를 창출하는 비엔날레 모델을 만들었다"며 "국내 미술계의 높은 관심과 격려로 창원조각비엔날레가 한 단계 도약했음을 실감했다"고 이번 비엔날레를 준비하며 가졌던 마음가짐과 마치며 느낀 소감을 전했다.
/김광수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31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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