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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이른 아침 철부지 새들의 지저귐으로 눈을 뜨고 생각에 잠기면 온갖 시상(詩想)이 떠오른다.
겪은 일, 앞으로 해야할 일, 읽을 책과 써야 할 글, 고쳐야 할 습관이며, 시집온 며느리에게 전해줘야 할 가족사 등이 생각의 서가(書家)에 가지런히 정돈되는 시간, 다산 정약용(1762~183)의 `사의제(四宜齋)` 뜻을 음미해 보았다.
이곳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다산의 사의제를 새기며 농성한 곳이다.
다산 정약용은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이다.
실학자로서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을 주장한 인물이다.
천주교 문제와 정조대왕의 죽음으로 다산은 유배를 떠나게 됐다.
강진은 정약용이 기나긴 18년간의 유배생활로 보냈던 곳이다.
당시에는 한양에서 강진까지 천리 정도로서, 꼬박 12일이 걸려야 도착을 할 수 있었던 곳이다.
다산이 처음 귀양 와서 머물던 동문 밖 우물 겸 주막집을 동천여사라 불렀고, 다산 선생이 기거하던 뒷방을 `사의제`라고 했다.
몇 년 전 문화유산답사 때는, 유배생활 4년여간 기거했음을 알리는 표석이 있었으며, 샘 앞의 느티나무 한 그루는 답사 객들의 쉼터였다.
돌담과 아담한 주막 채가 정답게 펼쳐졌다.
원형을 무시한 채 복원한 동문 안 샘, 담벼락처럼 높게 싼 우물 벽과 최신형 칼라 아크릴 지붕이 어색해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만큼 정확한 고증과 문헌을 참고했는지가 궁금했다.
다산은 처음 강진에 도착했을 때의 정황을 이렇게 적는다.
`나는 가경 신유(1801)겨울에 강진에 귀양 와서 동문 밖 술집에 붙어 살았다.
을축년(1805) 겨울에는 보은산방에서 지냈다.
병인년(1806) 가을에는 이학래의 집에 이사해 살았고, 무진년(1808) 봄에 다산에서 살게 됐다.
따져 보니 귀양살이가 도합 18년인데, 읍내에서 산 것이 8년이고, 다산에서 산 것이 11년이다. 처음 왔을 때는 백성들이 모두 두려워해 문을 부수고 담장을 헐면서 편안히 지내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
이때에 좌우가 돼준 사람이 손과 황 등 네 사람이다.
이로 말미암아 말하자면, 읍내 사람은 더불어 우환을 함께한 자들이고, 다산의 여러 사람은 오히려 조금 편안해진 뒤에 서로 알게 된 자들이다.
고을 사람을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이에 다신계헌의 끝에 또 고을 사람 6인을 적어 훗날 징험하는 글로 삼는다.
또 이 여러 사람들은 마땅히 다산계의 일에 대해 한마음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이는 남기는 부탁이니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라고 적고 있다.
(다신계절목) 사학(邪學)죄인이란 이전에, 그릇된 가르침을 쫓는 죄인이란 뜻으로 `천주교인`을 이르던 말이다.
즉 요사스런 학문을 말한다.
이 말에 모두들 두려워 아무도 다산을 받아 주지 않았다.
영문을 모르는 주막 노파가 그를 받아줬다.
동문 밖에 찬 우물곁에 있던 주막이었으므로, 다산은 이곳을 동천여사로 불렀다.
다산이 유배지 강진주막에서 자신이 거쳐하는 방을 `네 가지를 해야 할 방`이라는 의미의 `사의제`라 이름 했다.
매사에 경계하고 삼가는 태도를 스스로 다스리자는 다짐인 셈이다.
나이만 먹고 뜻한 일을 이루지 못한 것이 서글퍼져 스스로를 돌이켜보고자 `사의재기`를 지었던 것이다. `사의재`에서 쓴 다산의 글은 그의 성정을 뚜렷이 드러낸다. 다산이 말하는 4가지의 의로움이란 담백한 생각, 장중한 외모, 과묵한 맘, 무거운 몸가짐을 가리킨다. 다산 `사의재`는 짧은 경구이지만 엄청난 무게감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이 4가지만 지키고 살아도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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