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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부산대학교병원 비상재난안전팀장 |
"이리 가면 고향이요. 저리 가면 타향인데 이정표 없는 거리 헤매 도는 삼거리 길,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 갈까 세 갈래 길 삼거리에 비가 내린다" `이정표 없는 거리` 김상진 씨가 부른 노래 가사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어디든 즐거운 선택의 기로~ 그동안 얼마나 결단을 내리고 혹은 망설이며 살아 왔던가. 회한은 또 얼마인가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를 둔 어머니처럼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은` `이래 저래` 신이 났다.
우리는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매 순간 판단이고, 문제해결 과정의 연속이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있다. "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습니다…안타깝게도 나는 두 길을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나그네…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살아가면서 겪는 결정의 선택지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는 양자택일의 귀결된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숲 속에 난 두 갈래 길처럼 선택과 결정의 순간은 개인은 물론 가정, 국가 같은 공동체에도 항존(恒存)한다.
주역은 고대 중국인의 의사결정에 사용한 점복의 말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들은 점복 행위인 복서(卜筮)의 결과를 지시하는 말인 점사(占辭)를 만들었고, 이것이 지금 주역에 담겨 전해진다. 주역의 특징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양자택일을 기본구조로하는 점인데 여기서 이 구조를 기호화하여 표시한다. 이 기본 기호는 여섯 줄 까지 확장되어 실제 점복시의 선택, 결정에 사용되며. 이 기호들 각각에 대응되는 언어인 점사로 그 판단을 한다.
고대 중국인은 일체의 삼라만상은 조금도 쉼 없이 계속 변하고있으며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하다는 사실 그 자체 이라고 여겼다. 그러면서 이 변화가 불규칙한 것은 아니어서 그 속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그 법칙을 알려 하였고, 그것은 앞에서 말한 상대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예컨대, 낮이 가면 밤이 오고 밤이 가면 낮이 오며,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오고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온다고 생각하였는데, 이에서 얻은 결론이 `만물은 극에 이르면 되돌아간다(物極必返)`는 것이며 이것이 변화의 기본법칙 이라고 여겼다. 이렇듯 상호 반전 전화하는 양극의 관계를 귀납하여 시간적 추이뿐만 아니라, 공간적 현상에까지도 일반화하려 적용한 것이 그들이 얻은 변화의 법칙 즉 `역(易)`의 법칙이다. 여기서 역(易)이란 변화라는 뜻이다.
철학서로서의 주역은 양자 또는 양극의 상대적 관계를 일반화하여 대표하는 개념인 `음양(陰陽)`을 도입한다. 양은 산을 두고 볼 때 볕이 드는 쪽이고 음은 그 늘진 쪽이다. 그런데, 산의 양지와 음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산의 양면이다. 따라서 음양이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한 사물의 양 측면이다. 즉 서로 상대적이면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상호 의존적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를 서로 마주하면서 의존한다는 의미인 `대대(對待`관계라고 말한다. 이로써 양자택일 기호인 양의 기호와 음의 기호로 사용하게 되고 또 다른 기호는 이 음양대대관계로 이루어지는 현상 세계의 다양한 변화 국면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노자는 『하늘 아래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이 아름답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추한 것이다. 하늘아래 사람들이 모두 선한 것이 선하다고 만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선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하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루며, 김과 짧음은 서로 겨루며,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며, 노래와 소리는 서로 어울리며,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그러하므로 성인은 함이 없음의 일에 처하고, 말이 없음의 가르침을 행한다. 만물은 스스로 자라나는데 성인은 내가 그를 자라게 한다고 간섭함이 없고, 잘 생성시키면서도 그 생성의 열매를 소유함이 없고, 잘 되어가도록 하면서도 그것에 기대지 않는다. 공이 이루어져도 그 공 속에 살지 않는다. 대저 오로지 그 속에 살지 아니하니 영원히 살리 로다.』
`有ㆍ無ㆍ長ㆍ短ㆍ高ㆍ下ㆍ音ㆍ聲ㆍ前ㆍ後` 바로 이러한 이가적분별(二價的分別ㆍbifurcation)이 곧 우리 언어의 본질이다. 언어는 이가적분별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분별 이후의 사태는 실상의 여실한 표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별적언어만이 실상에 접근하는 인간의 유일한 통로라는데 인간존재의 파라독스(paradoxㆍ역설, 모순된 말)가 있는 것이다. 언어는 끊임없이 유동적인 존재를 고착시킨다. 장과 단은 단지 상교(相交)되는 데서만 발생할 수 있는 상대적인 가변적인 방편임에도 불구하고 장은 장으로서만 자기동일성을 주장하고 단은 단으로서만 자기동일성을 주장한다. 이것이 곧 언어의 비극인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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