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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얼마 전 아들 녀석이 꼭 읽어보라며 준 책 한 권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미스터리 같은 역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게 했다. `권력과 인간`이라는 책이었는데, 사도 제자의 비극을 조명한 작품이었다. 아버지로서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사실을 두고 지금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은 학자가 거의 없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도 제자가 미쳤기 때문에 죽였다는 설과 당파싸움에 진절머리가 난 세자가 자신을 비방하는 세력을 몰아내려고 했기 때문에 사전에 제거당했다는 설, 그리고 아버지인 영조를 직접 죽이려고 칼을 들고 반란을 획책했기에 죽였다는 설 등 갖가지 제재로 검증되지 않은 설만 무성한 상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사도 제자가 갇혀 죽었다는 `뒤주` 또한 의문의 구석이 많다. 일반 쌀 뒤주라면 어떻게 지나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었겠으며, 어린 세손이 자신을 찾아와 울며 아버지를 부르는 장면을 보겠는가? 사서에 보면 뒤주 속에서 기대어 앉아 있었다는데 쌀 뒤주라면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으니 그 또한 모순점이 많은 것이다.
한 문학가의 여행담을 통해 들은 바로는 `옛날 몽골에서는 일반 옥보다 더 견디기 힘든 옥(獄)으로 뒤주 감옥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몽골이나 중국의 사서에서도 가끔 볼 수가 있는데, 그 모양새가 우리네 뒤주와 똑같단다. 다른 점이 있다면 쌀 뒤주보다 조금 크고 밖에서 뒤주 안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손 하나 정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책에서 그 크기와 형태를 보고는 어쩌면 우리 사서가 뒤주라는 것만 밝혔을 뿐 어떤 뒤주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것도 다시 한번 조사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울러 그 당시에 왜 그리 급하게 사도 제자의 죽음을 덮으려 했으며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사실을 남겨 놓은 것이 없는 지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여하튼 미쳐서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광증(狂症)설이 되었든, 집권층인 노론 세력에 맞서다 억울하게 죽었다는 당쟁(黨爭)회생설이든 역모를 꾀했든 간에 그 죽음은 세손으로서 나중에 정조가 되는 아들의 가슴에 한을 남겼으며 두고두고 논란의 여지를 남긴 대사건이라 아니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권력과 인간`을 저술한 장병설 교수는 사도 제자가 아버지 영조를 죽이려 했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는 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자의 반역을 뒷받침하는 관련 사료들이 교묘하고도, 완곡하게 서술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사학자라면 어느 누구라도 명확하게 밝힐 수 있음에도 아무도 그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다.
반역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결정적 원인으로 세자의 정신 병력을 내세우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어린 시절 성품이 탁월해 임금의 사랑을 받았던 사도 제자는 열 살이 넘어서면서부터 학문을 게을리했다고 전해진다. 1757년과 1758년 이후 병증이 더욱 심해져 병이 발작할 때는 나인들과 환관을 죽였고 죽인 후엔 바로 후회하곤 했다는 것이다.
`승정원(承政院))일기`는 사도제자가 식탐(食貪)이 심한 뚱보아이였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런 세자를 영조가 문무백관(文武百官)이 있는 자리에서 조롱하듯 나무라자 광증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사도제자의 광증을 보여주는 사료들은 영조가 쓴 `폐세자반교` 사도 제자의 묘비명(墓碑銘), 사도 제자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 정조가 사돈 김순조에게 전한 말 등에서 더욱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단순히 광증 때문에 아들을 죽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궁궐이 어떤 곳인가? 나라 최고의 명의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요양을 보낸다거나 편히 쉬게 하여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음에도 그리 하지 않았다는 건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을지도 모른다.
중신들과 왕이 자신을 뒤주 속에 가둬 죽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챈 세자가 먼저 왕을 제거하기 위해 칼을 빼어 들고 왕의 침소로 쳐들어가려 했기 때문에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역 설에 필자 역시 조금은 수긍이 간다. 아울러 사도 제자가 태어날 때부터 성장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후 영조의 반응과 정조의 역사왜곡, 나아가 순조 대에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집필 시까지, 근 일세기의 역사를 다룬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
1736년 영조가 사도제자를 왕세자로 책봉할 당시 반포한 글을 새긴 `장조왕세자책봉죽책(莊祖王世子冊封竹冊`은 어린 사도 제자의 총명함과 아버지 영조의 기대를 엿 볼 수 있는 유물이 현존(現存)한다. 이 죽책에서 영조는 "내가 다행히도 늦게 너를 낳았는데 하늘이 또 남다른 자질을 주었다. 삼종인 효종, 숙종을 계승할 수 있을 것 같아 십년 동안 깊은 밤까지 걱정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팔도의 백성에 대해서 노래를 부르니 조정관원 모두가 세자책봉의 경사를 기뻐한다." 적었다. 그렇다면 이 부문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가 숙제로 남는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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