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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은 정치권력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비유할 때 자주 쓰는 말로 권력은 십 년을 못가고, 아름다움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활짝 핀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이 고사성어가 현실화됐다. 한줌의 재로 남아 그의 업보만이 남는 인생무상의 삶이라 생각하니 `어느 이름없는 촌로의 삶보다도 못한 삶이 아니었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권력에 대한 가장 많이 알려진 말은 무엇일까? `권력무상`이라는 말일 것이다. 아무리 막강한 권세라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권불십년`이라는 말도 그렇고, 비유되는 말은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로 `화무십일홍`이 그렇다. 이는 세상에 영원함은 없다는 교훈적 경구이다. 한 마디로 `뿌린 대로 거둔다`는 우리 속담과도 일맥상통하다.자손만대 영원하기를 바랐던 진시황의 어리석음의 역사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대통령과 측근의 권력비리와 국정농단이 만천하에 밝혀지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감옥에서 사색하며 권력 무상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권력의 무상함을 깨달으며 지난 삶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다보니 `권불오년`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한다. 이제는 권력을 잡는 순간 권력의 무상함의 출발점이다. 한때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의 무상함과 허무함이다.
생각해보면 무상한 것이 어찌 권력뿐이겠는가. 가는 세월도 무상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장래가 보장되지 않아 무상하고, 직장인이 십 년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 살수 없는 게 무상하고, 필자의 지인 홍 모 대표와 술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그는 "눈 내리는 겨울의 정취는 아름다우나 어느새 남도의 곷소식을 전해들으면서 세월에 빠름에 무상함을 느낀다"라고 했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무상함일 수도 있다.
예전엔 권력 실세들의 눈에 들기만 하면 예사로 회사를 하루 아침에 강탈당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발을 담그는 강물은 매번 새로운 강물이란 것으로 만사가 변한다는 것이 때로는 권력이 그 찬란한 위용을 자랑할 때도 있다.
권력은 좋은 것이라며, 권력을 쫓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권력이 줄 수 있는 것이 많은 까닭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주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권력은 또 높은 직위도 주고 부귀영화도 준다.
심지어 그 전에는 깔보던 사람조차 권력을 가지게 되면 아첨의 말을 늘어놓는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압력도 행사할 수 있고, 그동안 자신을 무시하고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해 통쾌하게 복수해줄 수도 있다.
이처럼 권력이 요술방망이와 같으니 과연 권력 앞에서, 또 권력을 가진 자 앞에서 초연할 수 없다.쓰레기통에서 살았던 그리스의 철학자인 `디오게네스`는 자신을 찾아온 알렉산더 대왕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을 만큼 무관심 했다고 한다.알렉산더가 초조해지자 디오게네스는 청이 있다고 하면서 "햇볕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 일화가 2000년 이상 내려온 것도 디오게네스처럼 권력을 무덤덤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천연 기념물처럼 희소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권력은 특권이다.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물을 수 있고 또 원하는 바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홍 모 대표는 "권력이 줄 수 있는 것은 많으나 줄 수 없는 게 딱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양심이다. 권력을 갖게 된 사람이 부귀영화를 얻을 수 있을 지언정 양심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윤동주`의 시를 음미하고 실천할 수 있는 권력자가 돼야한다. 자신이 갖게 된 권력은 남을 위한 봉사용일 뿐 특권을 누리고 거드름을 피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 그의 말을 듣고 사색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사회는 특히 민주화 이후 전직 대통령은 줄줄이 측근과 친인척 비리를 피해가지 못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정상에 서면 바로 내려와야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알고있었더라면 이러한 과오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이 오로지 부귀영화를 약속하고 특권에 불과할 뿐 양심과 동행하는 엄숙한 현상임을 깨닫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권력이 부귀영화를 줄지언정 양심은 주지 못한다. 양심을 갖지 않은 권력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징벌을 내린다는 사실도 알아야한다. 그 징벌에는 지금이냐? 후일이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난해 거제에 갔을 때였다. 가조도 연육교에서 시작된 해넘이 장관이 한편의 다큐에 펼쳐지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대우조선, 거가대교, 부산이 조망되는 옥포대첩기념공원에는 충무공의 붉은 마음이 무궁화와 백일홍으로 피어나 있는 듯해 매우 아름다웠다. 그러나 권력을 누렸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 기념공원의 관리상태는 권력무상이 연상될 만큼 썰렁했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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