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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부산대학교병원 비상재난안전팀장 |
무당은 항상 입을 조심해야 한다. 무당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들은 곧 신의 말씀이 된다. 대화의 장을 열 때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는 설령 그게 좋은 뜻으로 말을 했다 하여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듣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남이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는 좋은 뜻으로 말하는 것 일지라도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쉬우며 상대방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그 대화는 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곧 뒷담화가 된다. 대화의 주제가 되는 사람의 없는 자리에서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말자.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하며 내가 남의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도 안 된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져서 오해 사는 일은 애초부터 만들면 안 된다. 입에 무게를 달고 가벼이 놀리지 말자.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의 무게를 잴 수 없다면 입에서 나오는 말의 무게를 잴 수가 있다. 말이란 입안에 있을 때와 입 밖에 있을 때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입안에 있을 때는 그 말이 나의 조정을 받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내가 그 말의 지배를 받게 된다. 내가 한 말에 내가 끌려 다니는 것이다. 말을 신중하게 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부분의 말이 단순한 감정의 표현인 것 같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말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것이다. 말이 적은 그만큼 신중하고 생각이 깊으며 배려심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이 입안에 있을 때는 네가 말을 지배하지만 말이 입밖에 나오면 말이 너를 지배한다.` 유대인의 격언이다.
말을 하다 보면 어느 새 끝장을 보자고 대드는 경박(輕薄)함에 여지없이 갇힌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속이 후련해지는 것은 아니다. 남겨두고 적당히 하다가 말아야 한다. 똑 부러지게 시비곡직을 따지면 관계가 틀어지고 더불어 살기도 애매하다. 연극도 그렇다. 감정을 다 표현하면 관객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어야 볼만한 묘미가 있다. 여운과 여백이 없으니 아름다울 리도 없다. 다 말하면 진실이고 다 말하지 않으면 음모가 된다. 낭떠러지에서 끝장까지 봐야 하는 것일까?
`3비(비비비)`라는 말이 있다. `3B`라는 연필 말이다.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지우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고 염려해서 적을 필요는 없다. 지우고 다시 쓰면 되니까. 그런데 말은 그렇지 않다. 한 번 뱉은 말은 지우개로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3비`를 생각하면 항상 말을 삼가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습관이란 계속 반복하여 길이 난다는 것이다. 오늘부터 `3비(비비비)`를 기억하자. `비난 말고, 비밀이야기 말고(너와 나의 비밀을 포함),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이 주절주절 말을 많이 하는 것`을 `3비(비비비)`하고 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지며, 실험은 불확실하고 판단은 언제나 어렵다(Life is short, art is long Opportunity fleeting. Experiment uncertain, & judgement difficult) 바둑에 `위기십결(圍棋十訣)`이라는 말이 있다. 소개하면 첫째, 부득탐승(不得探勝)으로 욕심을 부려서는 이기지 못한다. 반전무심( 盤前無心)해야 한다. 둘째, 입계의완(入計宜緩)으로 적의 세력권에 들어갈 때는 깊게 들어가지 마라. 셋째 공피고아(功彼顧我)이다. 적을 공격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라 `아생연후살타(我生然 後殺他)`이다. 넷째 기자쟁선(棄子爭先)이다. 돌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先手)를 취하라. 다섯째, 사소취대(捨小就大)이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라. 여섯째, 봉위수기(봉위수기(逢危須棄)이다. 위험을 만나면 모름지기 버려라. 일곱째, 신물경속(愼勿輕 速)이다. 부디 경솔하거나 빨리 두는 따위를 하지 마라. 여덟째, 동수상응(動須相應)이다. 상대가 움직이면 나도 움직이고 상대가 멈추면 나도 멈춰라. 아홉째, 피강자보(彼强自保)이다. 주위의 적이 강하면 내 말이 갈라지지 않게 보강하라. 열째, 세고취화(勢孤取和)이다. 내 형세가 외로우면 싸우지 말고 화평을 취하라. 바둑은 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인생은 무한 궤도인 둥근 지구에 벌거숭이로 던져진 피투성(彼投性)의 개체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유한 인생 항로를 여행하는 나그네의 길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2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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