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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
12월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가는 세월이 아쉬운 듯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꼭 우리네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막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이 평온한 나라에 계엄령이라니, 내란수괴 잔당이 대한민국의 가장 위협한 존재가 되었다.
2024년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함께했던 순간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기쁜 날도 때론 힘들었던 날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간들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고, 작은 배려와 감사, 응원이 쌓여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었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갑진년과의 작별은 고하지만 그 의미는 적지 않다. 그것은 새해 아침 청신(淸晨)한 계획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된 경우도 있었겠지만, 우리가 거둔 수확도 적지 않아 용두용미(龍頭龍尾)가 된 소중한 한 해였다.
세모(歲暮)에 갖는 사색은 살아온 날들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날들에 대한 각오로 자신을 추스르고 정화시키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창자 속까지 파고드는 정월의 싸늘한 추위는 날카롭기 그지없지만 날선 겨울의 새벽에 다듬는 정신은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을 냉철히 조망(眺望)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시점이라 하겠다.
지난 고뇌의 세월을 나이에 산입(算入)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방관이나 아쉬움 때문일지 모르겠으나 필자 역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 속 것들을 놓친 것에 대한 미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칫 시간이 주는 엄청난 값어치를 망각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은 나무와 다르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해서 그저 굵어지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젊음이 청초함을 항상 보증해 주는 것 또한 아니다.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고 원숙해지고 완전한 삶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쌓게 되는 경험과 사색의 갈무리 여하에 따라 인생의 판도는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새해 아침 일출을 보지 않아도 나이는 한 살 더 먹게 된다. 그만큼 인생의 무게 또한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는 지난 삶의 흔적이 자신에게 과연 어떤 의미를 갖게 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미래의 이룰 일을 위하여 오늘 이 자리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해야 하는 지를 고찰(考察)해야 한다. 깊이 사유(思惟)하고 의심하며 잠재된 의미를 찾아가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며친 전 어둠이 내리는 창가에서 시작의 의미를 새겨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과 꿈을 품는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작이 있어야한다. 시작하기란 누구에게나 다 쉽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시작했으면 그 일이 아니면 인생 끝이라는 각오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미쳐야 한다. 미치지 않고 이룰 일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끝맺음 또한 시작 못지 않게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시작했다고 해서 끝을 맺지 못하면 꿈을 이룰 수 없다. 그래서 용두사미란 말이 존재하는 것이다. 자고로 시작이 없는 끝맺음이 있을 수 없듯이 끝맺음 없는 시작은 시작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시작이 있고 끝맺음이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시작인 것이다.
시작이 어렵고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곧 선택이고 기초이며, 결정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취미와 능력이나 적성에 맞지 않은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여 학문을 도야하기는커녕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사람, 모래성에 빌딩을 세우는 건축업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굿(무당이 노래와 춤 따위로 의식을 행하는 것)이나, 이름난 점집을 찾는 사람 등 모두가 시작에다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걸어 놓은 불안한 사람들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시작은 곧 우리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거창하지만 흐지부지 끝내는 일들이 많다. 그래도 시작이 좋으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시작이 나쁘면 장마철 물꼬를 바로 잡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작의 시기는 빠를수록 여유가 있어 좋다. 시작이 늦으면 마음이 바빠 인생길을 과속하게 되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져 반칙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만큼 상대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늦은 시작이라고 하여 그것이 언제든지 절망과 나쁜 결과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만학이란 뜻은 놓쳐버렸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격려가 될 수 있으며 새 출발이니 재생이니 하는 말은 애초부터 시작을 잘못했던 여러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희망적인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시작의 가치는 시작의 시기나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 데 있다.
말하기는 쉽고 행하기는 어려운 것이 세상이다. 하여 시작의 가치는 실천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실천적인 시작, 특히 창의적인 시작에는 의례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어려움과 고통은 인내와 극복의 과정을 통해서 바람직한 끝맺음으로 승화되어 꿈을 이루게 된다.
새해는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지 않고, 정치가 세상을 걱정하는 한 해가 되었음 한다. 아울러 더 많은 행복과 사랑이 가득한 새해가 되기를 당부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3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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