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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 |
구정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는 해를 마무리하고 오는 해를 새롭게 맞이, 시작해야 할 때다.
이맘때가 되면 6~70년 전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저녁 밥상을 앞에 두고 형과 누나 그리고 나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형과 누나에게 한 말이 무엇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나에게 한 말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올해 홍이는 오뉴월에는 물을 조심하고, 동절기에는 불을 심해야 한다"더라 였다.
그 당시는 무슨 연유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차츰 성장하면서 아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오뉴월의 물조심은 남강에 가서 멱 감지 말라는 것이고, 동절기의 불조심은 불장난으로 화재를 자초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남강과 가까운 옥봉동에서 살았었다.
그때만 해도 옥봉동은 바깥 골목길에서 군불을 지펴 방구들을 따숩게하는 형태의 집들이 많았었다.
이러한 관계로 여름철이며 또래들과 남강에서 멱을 감았고, 겨울철이면 군불을 지피고 난 후의 잔불에 감자, 고구마 심지어 마늘까지 구워 먹었던 것이다.
이러한 연유 때문일까?새해가 되면 어린시절 몇 년째 어머니로부터 이 같은 당부 또는 주의를 받았었다.
그때 어머니는 가족들의 한 해 동안의 신수를 보기 위해 토정비결을 보고 온 것이다.
그 당시 이 지역에서는 유명하다고 소문이 난 백 모씨 철학관에서 제법 큰 돈을 주고 가족들의 안위를 위한 한 해 동안의 신수를 본 것이다.
호가 `토정`인 이지함 선생(1517-1578)은 조선중기의 관료이며 학자다. 이지함 선생은 현재까지 본명보다는 토정비결을 만들어낸 역학자로 잘 알려지고 있다.
토정은 우리 풍류사에서 신비로운 발자취를 남기기도한 기인으로 후세의 사가들에 의해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토정은 우봉현감을 지낸 이치의 아들이며 세 사람의 형 아래에서 유복한 삶을 살아온, 지금 같으면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셈이다.
토정은 영의정을 지낸 북인의 영수 이산해의 숙부(작은 아버지)이기도 하다.
윗대로는 목은 이색이고 아버지, 형, 사촌 등 모두가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의 자제였다.
토정 또한 생전에 재물을 멀리하고, 벼슬하기보다는 역학ㆍ의학ㆍ천문ㆍ수학 등에 관심이 많아 이를 깨우치게 하는 삶을 살아온 궤적이 여러 문헌을 통해 후세에 전해지고있는 것이다.
토정은 1573년 유일로 천거되어 6품직을 제수받았지만 사직한다.
5년 후 1578년 아산현감으로 또다시 제수받는다.
이때 토정은 아산에서 걸인청을 만들어 관내 걸인들과 노약자들을 구호하는 등 민생복지 행정에 힘쓴다.
그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 할 혁기적인 일이다.
지금의 복지재단. 형제원과 같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을 구호하고 했으니 기인으로 평가받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토정이란 호도 먹고 살 만한 재력이 있고, 금수저 가문의 자손이지만 그는 흙담집을 짓고 살면서 관직보다는 역학 음양 등에 관심을 갖는 것 또한 기인으로 평가받는 것과 무관하지만은 않다.
토정은 이러한 삶을 살아왔기에 결국에는 나이, 출생 월ㆍ일ㆍ시를 숫자대로 따지고, 음양설에 근거하여 1년의 신수를 보는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예언하는 책 `토정비결`을 만들어낸 것이다.
토정비결이 민간인에게 널리 보급된 것은 조선 말기로 알려져 있다.
그때부터 알려진 민족의 세시풍속으로 자리잡은 토정비결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6~70년에는 점집에서 또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공원, 주차장, 인도변에서 토정비결을 보는 풍습이 있었고 이 같은 풍경이 많이도 목격되었지만, 지금은 인터넷 발달로 인한 전자시대에 밀려 누구라도 클릭 한 번이면 토정비결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누구라도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클릭하면 본인의 토정비결을 알 수 있다.
토정비결이란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이 알지 못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어서 4~5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와 함께 하는 풍습아닌가 생각된다.
작금의 혼란시대에 토정비결을 한 번쯤 보는 것도 일상의 삶인가?맹신은 하지말고 재미삼아 우리들의 앞날을 예측해 보는 것도 새해를 맞는 일상으로 여겨보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313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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