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에 방송했던 이혼 법정 드라마 `굿파트너`를 보면, 한때 사랑하고 평생을 같이 하기로 했던 배우자와 다양한 사유로 이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당사자들이 남은 생애에 고통과 상처를 가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명심보감에서 `혼인의 일에 재물을 논함은 오랑캐의 도이다`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혼인과 이혼 때 재산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다시 그 배우자와 마주하고 얼굴을 붉혀야 하는 일이 발생하는 시대가 됐다.
국민연금제도의 분할연금은 육아ㆍ부모 간병 등을 이유로 가정에 전념하던 한쪽 배우자가 국민연금에의 가입이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이혼을 하게 돼 노후 생계가 어려워지는 문제와 상대 배우자의 연금 형성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 혼인기간 중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5년이 넘으면 국민연금을 받을 나이가 됐을 때 이혼했던 그 배우자와 나의 연금에서 서로 분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국민연금법 제64조).
그런데 보통 혼인일과 이혼일 사이를 혼인기간으로 보지만, 이혼 당사자들 사이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미 혼인이 파탄이 됐으나 이혼을 자녀의 결혼일까지 미뤘다든지, 이혼의 책임이 가출한 상대 배우자에게 있고 내 연금에 대해 그가 십 원 한 푼 보태지 않았는데도 내 연금을 분할연금으로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혼을 할 때, 재산분할 협의를 하면 반드시 서로 간의 국민연금을 어떻게 분할할지 정해두는 것이 좋고, 이러한 연금의 분할합의 결과는 법으로 보장된다(국민연금법 제64조의2). 국민연금 분할에 대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당사자들은 향후 상대방에 대해 위에서 따로 정한 사항 이외에는 이혼과 관련된 위자료, 재산분할 청구를 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정했다고 해서 상대 배우자에게 연금 분할은 없다고 안심하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본다(2019.6.13. 선고 대법원 2018두65088호 판결 참조).
연금의 분할에 관해 이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합의를 마무리했으면 가급적 그 사실을 국민연금공단에 곧바로 신고하는 것이 좋다.
합의서나 조정서, 판결문은 시간이 지나면 분실되거나 재발급받기가 어려우므로, 연금을 탈 나이까지 기다려서 가지고 있다가 제출할 필요 없이 연금청구(국민연금법 제64조의3)를 미리 해두면, 연금 받을 때가 돼서 자동으로 나오니 그 문제로 이혼한 전 배우자와 연락하고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이혼에 이르게 된 과정과 책임은 판결문에 나와 있지 않은 이상, 당사자 사이만 알 수 있고,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알기도 어렵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연금 받을 시점에야 한참 오래전의 일을 다시 기억하고 전 배우자와 다투어야 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각자의 국민연금도 다른 중요한 재산들처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할할지 혹은 말지를 정해서 합의서, 조정서, 판결문 등에 남겨 놓으시기를 추천드린다.
정주영(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 연금지급부)
http://www.changwonilbo.com/news/31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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