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 금형, 용접 등 제조업의 뿌리라고 불리지만 안타깝게도 3D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30년 넘게 용접 분야 한길만 달려온 사람이 있다.
바로 용접기술 부문 최연소 대한민국 명장인 김후진(52ㆍ두산DSTㆍ사진)씨.
대한민국 명장, 기능한국인, 용접기술사, 기술지도사, 용접기능장 등 반평생 동안 성취해 낸 일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이력을 가진 김 명장을 만나 용접 분야 최고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명장은 1977년 한백창원직업전문학교(현 한국폴리텍7대학)에 들어갔다.
그 당시 1지망으로 기계ㆍ가공, 2지망에 용접으로 지원했다.
1지망은 떨어지고 2지망인 용접으로 직업훈련을 시작으로 운명이라 생각하며 충실히 배우고 일했다.
1년간의 고된 훈련을 끝내고 1978년 3월 대우중공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기술을 인정받아 각종 전국기능경기대회 경남대표로 나선 김 명장은 각종 기능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얻으며 인정도 받았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돌아온 현실은 차갑고 매정했다.공장현장에는 남들이 3D 직종이라고 기피하는 용접일이 기다리고 있을 뿐, 영예의 메달도 시상식도 없었던 것.
김 명장은 "인정받는 것은 좋았지만 용접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단지 용접공일 뿐, 자랑스러웠던 기술이 하잘 것 없이 느껴졌다"며 "이 냉엄한 현실을 벗어날 방법은 오로지 공부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낮에는 일로 피곤한 몸이지만 새벽까지 책과 씨름한 끝에 1986년 한국폴리텍7대학 산업설비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용접기능장, 1992년 금속분야 기술지도사 자격을 얻었다.
1999년 용접기술 부문 최연소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최고 기술인 반열에 오르면서 형설지공 [螢雪之功] 을 맛보았다.
`나의 능력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어 죽게 된다`는 생각에 직장에서 늘 파김치가 되도록 일했다는 김 명장.
덕분에 그가 속한 부서는 단 한 번도 1등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성공한 점을 인정받아 2004년 제1회 평생학습대상 개인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1995년에는 특수용접 분야에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를 `특수 용접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으로 엮어 냈다.
국내에는 몇 권의 번역서만 나와 있을 뿐 대학교수들도 집필할 엄두를 못 내는 특수용접 전문서적을 일개 용접공 출신이 썼다 해 화제가 된 이 책은 출간되기도 전에 전국 7개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할 정도로 관련 분야 최고의 기술서적으로 인정받았다.
김 명장은 국내 최초로 3차원 정밀장비에서 운용이 가능하도록 고안한 `레벨링 블록`을 개발, 발명특허를 출원해 산업재산권 보호와 해외시장 진입 등으로 연간 수백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했다.
또 2003년부터 그동안 익힌 현장 경험을 이론과 접목시켜 현장 기능인에서 품질경영교육담당자로 변신했다.
김 명장은 대학과 기업들로부터 강의 요청을 수없이 받고 있다.
고려대와 건국대 등 전국 7개 대학에서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품질관리 강의했고, LG이노텍, 동양기전 등 전국 40여개 벤처기업에 기술을 지도했다.
그는 "최고의 용접 기능인인 명장,신지식인 자리에 올랐다면 아마 최선을 다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며 "이젠 그동안 배운 실무와 이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품질 경영 교육자로서 혼신의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김 명장은 3D 직종이라는 이유로 기피하는 현상이 많은 만큼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해야 하고 처우보다는 대우가 먼저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래야 기능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용접분야 등 기술 분야의 직업선택이 유연해 진다는게 이유다.
/김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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