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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
사우디아라비아 첫 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알울라(AlUla) 헤그라(Hegra)에는 거대한 바위에 조각된 수많은 무덤들을 볼 수 있다. 헤그라는 기원전 300년에서 기원후 106년 사이 절정을 이룬 요르단(Jordan) 와디무사(Wadi Musa)의 페트라(Petra) 다음으로 번창한 나바테아 왕국의 두 번째 수도였다고 한다.
여기 알울라 헤그라에 수많은 바위 무덤 중 높이가 22m나 되는 가장 큰 무덤이 `카스르 알 파리드(쿠자의 사자) [Qasr al-Farid (the Lion of Kura)]`라고 불리고 있다. 그 무덤의 정면은 네 개의 큰 기둥이 세워져 있고, 입구 위의 비문에는 고대 아랍어로 `쿠자의 아들 이얀과 그의 후손을 위해`라고 적혀 있다. 이 무덤의 상부는 천상으로 가는 계단이 완성돼 있고 죽은 자를 안치하는 동굴 방도 마련돼 있지만 정면 하단 일부는 완성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현대 역사학자는 이 무덤을 당시 거상(巨商)의 무덤으로 보고 있으며 무덤이 완성되지 못한 것은 중도에 살해됐거나 갑작스런 죽음으로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본다.
그들의 종교는 다양했고 오아시스에서 농경생활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여기 헤그라는 그를 입증할 만한 오아시스 농경지대가 없다. 나바테아 왕국은 서기 106년에 로마군에 의해 점령됐고 아라비아 페트라이아 속주에 합병 형태로 멸망했다고 한다. 역사학자들이 보건데 여기 헤그라에는 로마의 문자 문명 등의 흔적이 남겨져 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농경사회였다기 보다는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서 향료를 포함한 값진 물품들을 오만이나 예멘에서 아라비아 동쪽 육로를 거쳐 지중해를 경유 유럽으로 무역을 하던 카라반의 중간 무역도시가 아니었을까 보고 있다.
여기 암각화에는 아랍어의 근원으로 보는 상형문자가 남아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버지를 아랍어로 `아부`라고 부른다. 고대 튀르크 돌궐족이었던 튀르키예는 아버지를 `아타`라 부른다. 몽골에서는 `아베`, 몽고반점이 있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아버지나 족장을 `아파치`라 한다. 아버지라는 발음으로 볼 때 아랍어의 기원 역시 중앙아시아 우랄알타이 민족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바테아 왕국의 존재가 갑자기 사라진 것은 홍해 바다를 거쳐 아카바만 그리고 아카바를 거쳐 튀르키예나 지중해로 그리고 수에즈만을 통과하는 새로운 해상 무역로가 생겨나므로 여기 헤그라는 더 이상 무역도시로 성장하기는 어렵게 됐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당시의 유목민들에게는 경제가 정치나 종교를 우선했으리라 본다. 도시란 집단 인간 무덤인지도 모르겠다. 먹을 것이 없으면 사람들은 사라지고 그 도시는 사막이 된다.
어느 영화에선가 아라비아는 모래사막으로 돼 있고 하룻밤 새 모래바람이 불어 여기 있던 모래산이 반대쪽으로 옮겨 가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하면, 하얀 모래산에서 검정색 구트라를 입고 머리 얼굴을 가린 채 모래를 파헤치고 적을 공격하는 장면도 그들의 강한 생명력을 돋보이게 했다. 어린 소년이 도둑질을 했다고 그 부모의 동의도 없이 짧고 굽은 아라비아 단검으로 손목을 자르자 어린 소년은 비명을 지르면서 피가 흐르는 손과 손목을 뜨거운 모래 속에 집어넣자 오래지 않아 그 뜨거운 모래 속에서 피가 멈추고 상처가 아무는 신비로운 장면도 본 적이 있다.
지금도 사막의 모래 온도는 낮에는 50도 이상으로 뜨겁고 밤에는 4도 이하로 차갑다. 그러니 DNA바이러스는 성장을 멈춘 채 생존할 수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외 박테리아나 어떤 세균도 살 수가 없다. 그런 사막지대는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한 것도 어떤 세균이나 미생물이 살기에는 턱없이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3천년 이상 된 미이라가 썩지도 않고 고스란히 발견되기도 한다.
낙타와 함께 살아가는 유목민들에게는 하늘의 태양과 별이 그들의 친구이자 길잡이이기도 하면서 죽음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가끔씩 비가 오면 그들에게는 감로수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하늘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동식물이나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숭배하는 신앙도 감사하는 마음에서 생겨났다. 모래바람이 몰아치고 한 낮에는 뜨거운 모래와 한 밤에는 차가운 사막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서로를 믿고 사랑하면서 공존하는 것이다. 영원회귀를 갈망하는 조로아스터교가 생겨났는가 하면 알라신을 중심으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유목민 특유의 종교가 생성되기도 했다. 모래바람 속에 살아남은 동물이 비단 귀가 큰 사막여우 속눈썹이 유난히도 길고 무릎을 꿇는 자세는 마치 수도자의 기도하는 모습과 유사한 낙타 뿐만은 아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이었을 수도 있는 나바테아인의 DNA도 살아있는 것이다.
서기 609년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알라의 계시를 받기 시작했다. 612년부터 알라를 유일신으로 설교하면서 이슬람교를 창시, 644년 3대 칼리프 오스만이 취임하면서 구전으로 전해오던 암송을 책으로 정립 `꾸란(Quran, 쿠란, 코란)`이 탄생했다. 18세기 이후 와화비즘(Wahabism)이 태동,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슬람의 초기로 돌아가 순수한 모습의 이슬람을 믿어야 하며 유일신 사상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 와합(Al Wahab)`의 유일신 사상은, 알라가 세상의 유일한 창조주이며 세상에 법을 주었다. 알라가 창조한 피조물은 알라와 동등할 수 없고 피조물은 창조를 할 수 없다. 알라는 어떤 존재로부터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알라를 제외한 어떤 존재도 숭배 받을 자격이 없다. 이는 무함마드도 포함된다. 이슬람의 5대 의무중 하나인 성지순례는 메카와 메디나에 국한하고 그 어떤 무함마드와 관련된 장소를 숭배하는 것도 이단 행위로 간주했고, 알 와합의 생각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하드(성전 聖戰)가 가능하도록 했다.
서기 1744년 경 알 와합이 `알 디리야(지금의 리야드 부근)`에 정착했을 때 지도자로 있던 사우드 부족의 `무함마드 이븐 사우드`와 결탁해 동맹관계를 맺고 사우디 왕국의 초석을 다지게 됐다. 1773년 사우드와 알 와합은 리야드를 차지했다. 1792년 알 와합이 죽었지만 사우디는 와화비즘으로 정복 할동을 펼쳐 나갔다. 1803년 3월에 사우드는 메카를 점령하고 아라비아 반도의 맹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1806년 `메디나`, `제다`도 정복했다.
그러나 1813년 오스만 투르크 칼리프에게 메카, 메디나, 제다를 빼앗기고 1814년 사우드가 죽으면서 혼돈의 시기가 됐다. 1876년 알 와합의 손자 `압둘 아지즈`가 탄생, 압둘 아지즈는 1902년 리야드를 함락하고, 1915년 영국과 조약을 체결, 1924년 메카 점령, 1925년 제다, 메디나, 히자즈 지역 전체를 장악했다.
1932년 사우디 국가 선포, 1934년 석유 탐사, 1938년 일곱 번째 시추에서 대량의 석유가 채굴되기 시작하면서 1940년대 들어서 사우디 왕족들은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됐다. 경제가 살아나니 정치 종교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천년 전 나바테아 상인들처럼 그들의 DNA가 사막 속에서 부활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왕세자 `빈 살만`의 개방 정책으로 그 옛날 나바테아 왕국이 있었던 그 곳에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사막의 신기루` 네옴(NEOM)시티를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고 있다.
꾸란에 기술돼 있는 대로 ’도둑질하면 손목을 자르고‘ ’돼지고기 먹지 말고‘ ’술을 마시지 말고‘ ’춤을 추어서는 안 된다‘ ’여성은 머리카락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유는 없다. 꾸란이 그렇게 하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따로 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세계 어느 누구라도 무슬림이면 그들의 동지이고 비무슬림은 그들 아래에 있는 사람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5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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