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
근무를 마친 저녁 시간, 여느 때와 같이 몇 분의 교수님들과 네 평 남짓 조그마한 단골식당에서 두루치기 2인분에 밑반찬을 안주로 소주를 한잔한다. 늘 그렇듯 가벼운 대화로 분위기는 적당히 무르익어 간다. 정치 관련 화두만은 제한을 두기로 한 암묵적인 결계가 있었던 이유에서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찬성과 반대로 나뉜 국민들은 서로를 강하게 비난하며 사회적 갈등이 점점 심화돼, 어느 한편에서는 법원을 침탈하려는 시도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뒷걸음치는 듯한 역사의 하루하루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일반적으로 진실이란 객관적 사실과 논리적 근거에 기반한 것으로, 검증 가능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도출될 수 있다. 반면, 거짓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작될 수 있다.
한편 사회적 통념상, 진실은 다수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수가 믿는 것이 반드시 진실인 것은 아니며, 때로는 대중의 여론이 왜곡되거나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사회적 통념에 의존하기보다는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실을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2025년 2월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탄핵 찬성이 약 72%에서 약 52%로 약 20% 감소했다. 여전히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 의견이 다소 우세하지만, 반대 의견의 비중이 의외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변화는 정보의 혼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언론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으며, 가짜 뉴스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국민들은 이러한 정보 속에서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어쩌면 믿고 싶은 콘텐츠만을 구독하며 점점 더 고착화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정치 세력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어 국민을 선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탄핵 찬성 측은 대통령의 반헌법적 계엄과 국민 유린을 강조하는 반면, 반대 측은 선거조작 음모와 야당의 탄핵 남발 및 부당한 탄핵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감정적 대결로 번지고 있으며, 폭동과 사회적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탄핵 되면 피 흘리고 싸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ㆍ헌법재판소 이XX들 전부 우리를 다 바보 천치로 아는데, 중국 귀신들한테 안 당하려면 정신 차려야 한다(탄핵 반대)", "윤석열을 내란범으로 사형에 처해야 하고 내란 세력 국민의힘은 당장 해체해야 한다(탄핵 찬성)" 서울경제의 기사(2/25일자)를 인용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토론을 통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건전한 토론이 아니라 극단적인 편 가르기로 흐르고 있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대립은 대한민국이 오랜 기간 힘겹게 쌓아온 민주주의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성숙해진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상대방을 설득하기보다는 배척하고 공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대한민국은 과거에도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도는 국민의 강한 반발로 인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으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 결국 파면으로 이어졌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탄핵 직전 자진 사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의 탄핵소추를 겪었지만 최종적으로 상원에서 기각됐다. 브라질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됐으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불안정이 심화됐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볼 때, 탄핵이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탄핵은 헌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하며, 정치적 목적이나 감정적 대응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거짓은 마치 불을 지피듯 빠르게 퍼지나, 결국 그 불은 꺼진다"
거짓말이 처음에는 빠르게 퍼지지만, 결국 그 거짓은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옛 성현 장자의 가르침이 있다.
거짓과 왜곡된 사실이 퍼져나가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이 가르침이 우리에게 필요해 보인다. 대통령 탄핵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다. 진실과 거짓이 혼재된 상황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감정적인 대립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합의를 중시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대통령 탄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국민 분열과 민주주의 후퇴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혹독한 눈보라도 계절의 진실에 그 기운을 잃어가듯, 거짓을 걷어낸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한잔을 들이켜 본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6126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