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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
어떤 견고한 고체라도 높은 온도의 열을 가하면 액체가 되고 그리고 기체가 된다. 지구상에서 1억도 열을 가하면 원자의 전자가 이온화되면서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전자의 척력이 없으면 높은 압력에서 원자핵이 융합할 수 있고 이를 핵융합이라고 한다. 인공태양을 만들 수 있는 원리가 된다. 이런 인공태양을 만들었을 때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게 사용하려면 인공태양을 가두어 넣을 로(爐)가 필요하다. 이를 핵융합로라 하고 미래의 등불이라 할 수 있다.
신화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와 인간에게 줬다고 한다. 제우스가 노발대발해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카즈백산에 가두어 놓고 매일 독수리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도록 했다. 헤라크레스가 프로메테우스를 해방시켰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추론해 약 142만년 전 케냐의 채소완자라는 곳에서 호모 에렉투스가 짐승의 뼈가 올도완 석기 불에 탄 진흙과 함께 발견됐다. 이때만 해도 불은 추위를 막아주고 어두운 밤을 밝히고 짐승이나 벌레를 퇴치하며 음식을 익혀 먹는데 사용됐으리라 짐작된다.
3천년 전 이란 북부 아제르바이잔 동쪽 카스피해 연안에는 천연가스가 분출됐고 거기서 발생한 불을 영원회귀(永遠回歸 Eternal return, ewig wiederkunft)라해 물질이 빛으로 돌아가려면 불(속도를 가진 에너지)이 그 역할을 한다는 조로아스터교가 아직도 있다.
등불이라 함은 등에 켠 불 즉, `램프`라고도 하며 등잔에 켠 불이라고도 한다. 앞날에 희망을 주는 존재를 비유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종교에서는 어리석은 무명(無明)을 밝히는 의미 즉 깨우침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등(燈)이라 함은 불씨를 보호하고 뜨거운 불의 인체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말하기도 한다.
등불은 인간 문명과 직접 관련이 있으며, 우선적으로 인간이 짐승의 약육강식 세계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리고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됐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인간과 인간 사이 약육강식은 아직까지 성행하고 있다. 이유는 인간 내면의 세계가 어둡기 때문이다. 하늘에 구름이 덥힌 것처럼 인간 내면의 번뇌망상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고 있다. 이를 무명(無明)이라 하고 공부하고 수행하는 방법으로 무명을 밝힐 수 있다. 이를 은유적으로 등불이나 촛불을 켜서 내면의 어두운 무명을 밝히도록 하고 있으며 이런 무명을 밝힌 선지자들에게는 머리 뒤에 후광을 세워 후세 사람들이 무명을 밝히도록 등불 역할을 하고 있다.
등불은 그 목적에 따라 어둠을 밝히는 등불, 무명을 밝히는 등불, 조명 광고 목적으로 만들어진 등불, 자연 채광 등불이 있는가 하면 인간 등불도 있다. 그 용도가 한 등불에서 단적으로 보여진다기 보다는 여러 가지 목적이 혼재돼 있지만 그 등불의 뜻을 알아차리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예수님이 피와 땀을 흘리면서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로 올라갔던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에는 붉은등불, 노랑등불, 푸른등불, 흰등불, 녹색등불이 4줄 또는 6줄로 좁은 길 창공에 연결된 전선에 주렁주렁 달려있다. 마치 그 옛날 십자가를 매고 붉은 피 노란 땀을 흘리면서 걸어갔던 예수님을 연상하게 한다.
후세 사람들이 예수님의 희생적인 사랑을 깨우치게 하는 등불이기도 하지만 성지 순례하는 사람들의 골고다 가는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기도 하다.
또한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The Holocaust) 국립기념관 야드바셈(Yad Vashem)에는 흑백사진으로 찍은 대학살 장면들이 전시돼 있고 피라미드형 건축물 내부 천정에는 종(鐘)모양으로 수많은 전구로 둘러싸고 있는 5개의 `샹들리에`는 전체로 보아 황색으로 보이나 여러 개의 작은 구슬이나 수정 등으로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으로 치장돼 있어 명을 다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마치 비빔밥으로 범벅 해 놓은 듯했다.
일본 마츠에 어느 술집에 걸려있는 도깨비 등불은 술이 취해 눈 주위가 붉은 험상궂은 도깨비 형상의 등불이 보인다. 술을 많이 먹으면 남들이 싫어하는 도깨비가 된다는 암시는 아닌가 모르겠다. 또 일본의 어떤 체인 식당에는 독특한 삼각 피라미드 원통 치마 모양의 등불이 보인다.
상부 반은 주홍색이고 하부 반은 흰색이다. 이 체인 가게는 독특하게도 스시 30개 1500엔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온 우리나라 방직공 소녀들이 일본인이 먹지 않는 동물 내장을 거두어와 먹고는, 밤늦게까지 힘을 내어 일을 했다고 한다. 이를 본 일본 사람들은 동물 내장이 힘을 낸다고 `호르몬`이라 불렀다고 한다. 여기 치마처럼 장식된 등불이 비치된 식당이라면 스시 30개 1500엔에 먹을 수 있고 호르몬 요리도 먹을 수 있다.
베트남 호이안 투본 강변에는 저녁이 되면 무수하게 많은 오색찬란한 등불이 밝혀진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이다. 가게 상호를 알리는 등불부터 해 잔잔한 호수 같은 강변에 촛불로 만든 작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수 백 개의 가지각색의 등불로 치장한 집에 중간에는 의자를 놓아두고 그 의자에 손님이 앉으면 손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고 가게를 잠깐 빌려주고 기념사진을 찍어 준 값을 청구하고 받는 `등불집`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외면의 세계가 밝고 찬란할수록 상대적으로 내면의 세계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내면과 외면의 경계에 놓인 번뇌망상이나 꿈은 깨부수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현대 과학문명 사회문화예술이 꽃을 피울 때마다 내면의 세계가 황금처럼 빛나게 들춰지기도 하는 세상이다.
아일랜드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인생이란 진지하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삶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기보다 가볍고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
상자 속에 들어있는 황금을 보려면 상자 외면을 아무리 밝게 빛을 조명해도 상자 속의 황금을 볼 수 없고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에게 고정관념 선입견이나 색안경 같은 상자를 부수거나 열어야만 내면의 황금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내면의 황금도 어둠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어둠을 밝히는 것도 등불이다. 바로 내면의 등불이다. 이 내면의 등불은 당신 스스로가 밝혀야 하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내면의 등불을 밝혀 내면의 황금을 보기만 한다면 그 황금은 빛으로 밝혔을 때만 보이고 빛을 발하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고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상자 같은 고정관념을 벗겨내지 않고는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는 어려운 것이다. 내면의 황금을 자명등(自明燈)으로 비추어보지 않고는 삶을 가볍고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기는 어려운 것이다.
아르메니아 에치메이진 가이얀교회(St. Gayane Church)에는 후광이 밝게 빛나는 한 수녀의 초상화가 그려진 무덤이 있다. 서기 1세기 로마수녀회는 성 흐립스민과 성 가이얀을 포함해 38명의 수녀를 아르메니아로 파견했다. 당시 아르메니아 아르사스왕조 `티리다테스 3세` 국왕은 이 무덤의 주인공인 수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 구애를 했다. 그 수녀는 이미 하느님과 결혼한 몸이라서 그 구애를 받아들일 수 없다 했다. 이에 화가 난 왕은 로마에서 온 수녀 37명을 죽여 위엄(?)을 보이고는 마지막 남은 그녀에게 다시 구애를 했으나 여전히 거절하자 왕은 그녀를 돌멩이로 쳐서 죽이도록 명했다.
그렇게 해 로마수녀회에서 보낸 38명의 수녀가 순교하게 됐다. 그런 뒤 왕은 알 수 없는 요상한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아파 누웠다. 십 여년 전 아르사스 티리다테스2세는 파르티아 한 귀족에게 살해되고 그 귀족도 사형에 처해졌다. 그 귀족의 아들이 튀르키예 카파도키아로 망명가서는 거기서 성직자가 돼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티리다테스 3세는 그가 부왕을 살해한 그 귀족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를 저 멀리 아라랏 산이 보이는 깊은 지하감옥이 있는 코비랍으로 유배시켰다.
코비랍 지하감옥에서 3년(또는 13년?)을 지냈을 때 로마수녀 순교 사건으로 병을 얻은 티리다테스 3세가 백방으로 의원을 찾아 약을 지었으나 병이 낫지를 않았다. 왕의 여동생 호스루비둑트(Khosrovidukht)가 코비랍 지하감옥에 갇혀있는 그레고리(St. Gregory)를 추천했다. 병상이 짙은 왕 앞에 나타난 `성 그레고리`는 순교한 수녀들의 명복을 빌면서 병마를 물리치는 주문을 여러 차례 외우자 티리다테스 3세의 병은 말끔하게 나았다. 이에 국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기독교를 세계 최초로 국교로 승인했다. 서기 301년이었다.
이후 7세기 경, 수녀들이 순교한 에치메이진에 가이얀교회가 세워졌으며 그들 수녀들의 무덤도 조성됐다. 돌에 맞아 순교한 그 수녀의 머리에는 커다란 후광이 그려져 있다. 등불 중에서는 최고의 등불이 아닌가 싶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6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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