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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폴리텍대학 교수 |
지난 3월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단순한 화재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과 자연, 그리고 공동체의 존립마저 위협한 재난이었습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맞물리며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됐고, 인근 김해, 밀양, 울산까지 번져나가 1,700헥타르가 넘는 산림을 집어삼켰습니다. 전국적으로는 3,000헥타르 이상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30여 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으며, 수십 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에 중독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중에는 산불 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도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은 더 컸습니다. 산도, 우리들의 삶터도 무너져 함께 사라졌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산이 언제 다시 생명을 잉태하고, 그 터전을 잃은 이들의 상처는 언제 아물 수 있을까? 그런 숲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고, 수십 년을 자라온 나무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 비극을 단지 `천재지변`이라 치부하고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최근에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북한 간첩들의 소행"으로 근거 없는 가짜 뉴스로 산불의 원인을 정치적 이슈로 제멋대로 매도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산불의 60% 이상이 인위적인 원인, 즉 인간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통계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성묘객의 부주의, 논밭을 태우는 관행, 등산 중 흡연, 쓰레기 태우기 같은 사소한 행위가 결국 수천 헥타르의 산림과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괜찮아, 문제없어"라는 안일함이 얼마나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이번 산불은 너무나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기후변화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겨울철 강수량 감소로 길어진 건조주의보, 강풍 등이 도화선이 되고 있는 실정임은 분명하다. 이제 산불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위협이 됐습니다. 창원시 역시 북면, 동읍, 진북산 일대를 매년 산불위험 지역으로 지정하고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행정력만으로는 이 거대한 재난을 막기에 역부족입니다.
산불 예방은 특정 기관이나 전문가의 일이 아닙니다. 공동체 전체의 관심과 실천이 절실합니다. 산불에 강한 수종으로 숲을 조성하고, 드론 및 인공지능 기반 감시 체계를 확대하며, 불법 소각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는 한편, 일상 속에서의 작지만 중요한 실천들이 병행돼야 합니다. 등산 시 화기 소지를 자제하고, 쓰레기 소각 대신 친환경 처리를 실천하며, 산림에 대한 경외심을 회복하는 일들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입니다.
이번 산불에서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와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의 구호품. 각자의 역할, 삶의 무게 속에서 모두가 `함께`라는 의미를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헬기를 타고 불길 속으로 들어갔던 소방대원들의 희생은 단지 직업적인 사명을 넘어, 인간적인 연대와 책임의 상징이 됐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며,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의 일상을 바꿔야 합니다.
재난은 다시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택에 따라 그 피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산불이 번지기 전, 작은 불씨를 끄는 것이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재난 대응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새기며,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숲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 잿더미 위에 우리는 나무 한 그루를 다시 심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식재가 아니라, 책임의 씨앗입니다. 내년 봄, 그 산에서 진달래가 피어나길 소망합니다. 그 꽃이 우리에게 말해줄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지킨 숲에는, 다시 희망이 피어난다고.
http://www.changwonilbo.com/news/317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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