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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원논설위원ㆍ대가대 교수ㆍ색소폰니스트ㆍ지휘자ㆍ교육부ㆍ대한민국학술원 우수 저서(저자) 학술상ㆍ금연홍보대사 |
필자가 수년 전 고정칼럼에 쓴 "자식이 뭐길래?"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유는 우리의 부모님 세대와 달리 지금의 라떼-실버세대가 가진 자식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버세대가 소싯적에, 부모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롯이 자식 걱정이 제일이었다. "자식이 배불리 먹는 것"을 보고, 부모가 배불러하던(?) 시절이었다. 과연 지금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정(情)은 어떤가? 시대의 변화만큼 가족의 가치기준도 광속(光速)으로 변하고 있지 않은가?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당신 스스로 병원 가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던 자식이, 이제는 제자식(손주)이 아프면, 병원으로 바로 달려가는 시대가 아닌가? 게다가 종종 부모의 하소연으로 관계성과 사회성도 갈등이다. 시계방향과 시계 반대방향으로 자라는 칡나무(葛)와 등나무(謄)의 갈등(葛藤)처럼. 미취업핑계의 캥거루족과 비혼족, 만혼족, 비독립족, 알바족, 올빼미족 등, 종종 주변의 실버세대 부모들의 속이 터질 지경이다. 모두가 우리들의 책임 같다면 필자만의 착각일까?
마치 부모가 어이 같다. 어이는 맷돌의 손잡이다. 부모(어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식들을 볼 때면, 부모의 속은 숯검정이 되어 간다. 일부지만, 학생의 수강 신청과 결석?지각 등에 부모가 선생에게 늦은 밤에 전화나 문자를 보낼 정도다. 전국이 24시간 녹화 중이요, 스마트폰 보급확대 등의 IT 발전 추세에 따라, 이미 학교 현장교육까지도 점점 `어이가 없어진다`고 우려한 지도 꽤 오래다.
"자식 잘되면 그걸로 됐지." 이 말은 한국 실버세대의 인생 철학이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노년에는 손주 돌봄에 나선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실버세대는 점점 지치고 있다. 특히 요즘 50~60~70대가 겪고 있는 현실은 한층 복잡하다. 이들은 부모를 부양하면서도, 여전히 독립하지 못한 자식까지 책임지는 이른바 `마처세대`(Middle-aged Catcher generation)다. 위로는 노부모, 아래로는 자식. 이중 부양의 부담 속에서 이들의 삶은 `내 것`이 아닌 `누군가의 돌봄`으로 채워진다.
통계청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실버세대의 약 15%가 실제로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으며, 이들이 자녀ㆍ부모에게 쓰는 월평균 비용은 약 164만 원에 달한다. 노후 자금은 계획되로 쌓이지 못하고, 건강도 점점 예전 같지 않다. 정작 본인을 위한 시간과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자식들을 선뜻 도와주는 부모. 아직은 힘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자식의 안정을 우선시한다. 그러나 이 모든 부담이 계속된다면, 결국 그 대가는 실버 세대 본인이 감당해야 할 노년의 고독과 경제적 위기로 돌아오는 세태(世態)다.
해외는 어떤가? 독일은 부모 요양비용에 대해 자녀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법을 제정했고, 일본은 `지역 돌봄 시스템`을 도입해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미국과 북유럽은 오래전부터 성인이 된 자녀의 독립을 사회적 규범으로 여긴다. 반면 한국에서는 자식의 경제적 자립이 늦어지면서 부모의 책임 기간이 끝날 줄을 모른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난, 주거난 속에서 제 몫을 못하자 부모가 다시 지갑을 연다. 결국 자식도 독립을 늦추고, 부모도 은퇴 이후의 삶을 잃는다. 이 구조 속에서 `내리사랑`은 때로 독이 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자식은 그 희생에 익숙해진다. 사랑의 이름 아래 서로의 삶을 잠식하는 셈이다.
이제는 실버도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자식을 사랑하면서도, 선을 긋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먼저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비로소 자식도 온전한 어른으로 설 수 있다.
`마처세대`의 고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다. 국가와 사회는 가족에게만 부양책임을 지우는 대신, 공공의 역할을 더욱 늘려야 할 때다.
실버세대 스스로도 다짐해야 한다. "자식이 뭐길래, 내 노후를 다 걸어야 하지?"라고. 그 질문은 곧, "나는 누구로 살고 싶은가?"라는 성찰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노년은 희생의 연장이 아니라, 인생 2막의 시작이다.
`이제 재산상속은 없다?. 다 쓰고, 다 베풀고 가겠다?`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실천하는 노인들이 점점 증가하는 트랜드가 최근 큰 화제다. 자식의 부모이기 이전에, 나의 삶을 존중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지혜와 용기가 나이가 점점 들수록 필요한 시대다. 사라지는 가족의 내리사랑과 정(情)이라, 종종 무척 씁쓸하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8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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