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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텍(주) CEOㆍ중국호남대 석좌교수
대구가톨릭대 산학교수ㆍ객원논설위원 |
인생은 긴 여정이다. 때로는 소풍 같다. 그러나 종종 돌아보면, 어릴 적과 젊은 시절에는 시간은 무한한 줄 알았다. 그러나 쉬임없이 달려온 끝에, 문득 이제야 지난 발걸음을 돌아보니 벌써 예순을 훌쩍 넘었다.
60대의 독백이다. "진정한 삶은 무엇인가." 그리고 다시 묻는다. "남은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옛 성현들은 "知足者富(지족자부)" - 지금의 만족을 아는 자가 진정한 부자란다. 많은 것을 소유해도 스스로 만족을 모르면 늘 마음과 현실 사이의 온갖 결핍 속에서 살고, 비록 가진 것 적어도 매사에 작은 감사라도 할 줄 알면 세상을 크게 품을 수 있다 하지 않던가?
이제 60대는 바로 이 `지족`의 철학을 새롭게 배워야 하는 시기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대신,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것. 꿈꾸던 행복의 파랑새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제와 오늘, 내일은 지금 내가 모르고 지나가는 `소확행`들이 차곡차곡 일상의 소박한 순간 속에 깃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공자는 『논어』에서,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 - 예순이 되어야 비로소 남의 말을 거슬림 없이 듣게 된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세상의 온갖 불의와 소음에 휩쓸렸지만, 이제는 비로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타인의 평가보다 스스로 가치를 아는 것. 천둥과 번개 같은 폭풍우와 소낙비 같은 시류에 휘둘리기보다, 이제는 처분하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이 순리에 맞춰 남은 삶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논리요, 교훈이라 종종 허접한 가슴을 울린다.
또한 60대는 내려놓음의 미학을 배울 때다. 직위, 소유, 허영 등, 젊은 시절 움켜쥔 것들이 이제 더이상 삶을 지탱해주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어 우리를 짓누른다.
"解鈴還須繫鈴人(해령환수계령인)" - 매듭은 맨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마음에 얽힌 집착도 스스로 풀어 놓아야 한다. 놓아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버려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요, 인생의 진실이 아닐까?
외로움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외로움은 결코 결핍이 아니다. 루소는 말했다. "가장 충만한 삶은 혼자 있을 때 완성된다"고. 혼자 걷는 저녁 산책길, 낯선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 별빛과 물빛, 달빛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과 종종 만나게 된다. 고독을 견디는 법을 아는 자만이 진정한 평온을 얻지 않을까?.
돌아보면 지난 세월의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60대 이후는 더더욱 그렇다.
이유는 과거에 매달릴 것인가,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이것은 누구도 대신 선택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네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고. 이제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흘려보내고, 지금 이순간을 가장 사랑하는 것. 그것이 지혜가 아닐까 싶다.
60대는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마치 깊은 오후 같다. 햇살은 한결 부드럽고, 그림자는 길게 늘어진다. "從心所欲不踰矩(종심소욕불유구)" -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도를 넘지 않는 경지. 그 너른 자유와 절제의 조화를 향해 우리는 하루하루를 다듬어야 하는 마음 간절하다.
결국 삶의 파랑새는 어디에도 없지 않을까? 어디에도 없기에, 오히려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것 같다. 지금 순간을 사랑할 줄 아는 자만이 자기 인생의 파랑새를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 오면 자주 무너지던 소싯적 고향집의 토담, 발작두에 볏짚 숭숭 썰어 황토흙과 자갈을 넣어 토담을 쌓고 또 쌓듯, 쉬임없이 달려온 60년여의 세월들이 마치 어설픈 독백영화 같다.
5월에 들른 고향. 거기엔 마늘과 양파, 감나무잎과 아카시아 잎이 새롯새롯 돋아나오고 있었고 텃밭에는 넉넉한 상추이파리가 늘 반긴다. `씨 뿌려 거두는` 농심(農心)의 교훈처럼. 이런 때, 문득 생각나는 가요의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일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내가 반딧불이요,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테니까…."
http://www.changwonilbo.com/news/318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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