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구잡이식 근로시간특례제도에 메스를 댔다.
근로시간 적용에서 제외되는 이들 업종이 장시간 근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비판받아 온 탓이다.
1961년 제도 도입 이후 근로시간특례제도는 산업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대상업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법정 근로시간 단축 취지를 무색케 해왔다.
정부는 이번에 제시된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근로기준법을 뜯어고친다.
어려움도 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범위 및 연장근로 상한 설정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 간 의견 대립이 팽팽해 실제 입법과정에서의 수정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근로시간특례제도가 장시간근로 주범
고용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는 근로시간특례제도는 1961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제도가 신설됐다고 밝혔다.
법정 주40시간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통상 근로자는 주당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1주 연장근로 한도 12시간 등 총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59조는 특정한 12개 업종에 대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를 할 경우 1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상사업은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 제한됐는데,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 광고업,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사회복지사업 등이 그 대상이다.
문제는 근로시간특례제도 대상이 너무 막연하고 광범위하다는데 있다.
1961년 제도 도입 이후 대상 업종은 한 차례의 수정도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실제 고용부의 2008년 사업체노동실태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의 54.5%, 근로자의 37.9%가 특례업종 대상으로 집계됐다.
특별한 공익적 필요성 또는 현저한 업무상 특성으로 인해 예외를 둔 근로시간특례제도가 접객업과 음식숙박업, 이용업 등에서는 사용자의 영업이익 확보를 위해 활용되는가 하면 운수업 등에서는 장시간 연장근로 때문에 공중의 안전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례업종 절반 이상 축소
이처럼 근로시간특례업종이 장시간근로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비판받자 노사정위는 지난해 8월 근로시간특례업종 개선위원회를 설치, 개선방안을 논의해 왔다.
위원회는 지난 6개월 간 버스와 택시, 보건의료 등 주요업종의 노사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근로시간 운영 실태와 문제점을 확인하고 주요 선진국 제도를 참조해 개선방안을 집중 모색했다.
노사정은 근로시간특례 원칙 및 범위 조정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공감했으나 특례업종의 연장근로 상한설정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 간 의견이 대립,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채 공익위원안을 도출하는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안은 우선 근로시간특례업종 범위를 한국표준산업분류표의 중분류 및 세분류 기준으로 명확히 한 뒤 현행 12개 업종을 26개 업종으로 재분류했다.
이후 △공중의 불편 방지나 안전을 위해서는 연장근로 한도 또는 휴식시간 부여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기 곤란한 사업 △업종 특수성으로 인해 업무가 마치는 시간을 특정하기 어렵거나 특정되더라도 종업시각에 작업의 중단 또는 다음 근로일로의 연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는 사업으로 특례업종 분류 기준을 명확히 했다.
그 결과 26개 업종 중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영상ㆍ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전기통신업, 보건업, 하수ㆍ폐수 및 분뇨처리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10개 업종은 특례업종으로 유지키로 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노사 간 의견접근이 더 많이 되면 좋겠고 혹시라도 의견이 완벽하게 접근되지 않으면 각계 의견을 감안해 정부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덕훈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38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