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보증금은 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7배 가까이, 월세는 48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올리겠다니…" 서울 명동에서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던 김철민(가명ㆍ45)씨는 2011년 건물 임대계약 갱신을 앞두고 건물주로부터 날벼락 같은 요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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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불황 속에 자영업이 대 위기를 맞았다. 자영업자 수는 2013년 1월, 2011년 7월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2011년 기준 자영업의 창업 대비 폐업률은 평균 85%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료사진 |
받았다. 2년 만에 월세는 25%, 보증금은 7배 가까이 인상하겠다는 통보였다. 김씨는 "명동에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화장품 가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던 때였어요. 건물주는 `시세가 두 배가 됐으니 나도 그만큼은 올려야겠다. 지금 서너 배를 주고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건물주에게 "보증금과 임대료를 그렇게 올려 주고는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다"고 사정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는 싸늘한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김씨는 권리금과 실내장식 비용 등 투자비도 건지지 못하고 1년 8개월 만에 가게 문을 닫았다. 그는 "어디에든 호소하고 싶었지만 호소할 데가 없었다"고 했다. 혼탁한 국내 경제 속 자영업자들의 한탄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경제 불황 속 `위기의 자영업자들`
2011년 기준 창업 대비 폐업률 평균 85% 육박
불황 속에 자영업이 위기라고 한다. 실제로 자영업자 수는 2013년 1월 2011년 7월 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2011년 기준 자영업의 창업 대비 폐업률은 평균 85%에 달한다.
이런 위기의 배경으로 과당경쟁과 경기악화에 따른 매출부진이 꼽히는데, 임대료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상권 임대료, 평균 2~3배 올라
법 적용 범위서 `훌쩍`… "권리금도 못받고 쫓겨나"
요즘 서울시내 주요 상권에서는 건물주가 두세 배씩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임차인은 이에 대처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방지하는 장치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법 적용 대상을 결정하는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x100>)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은 환산보증금 합계 3억원 이하,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2억 5,000만원 이하, 광역시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 아닌 인천ㆍ안산ㆍ용인ㆍ김포ㆍ광주는 1억 8,000만원 이하, 그 밖의 지역은 1억 5,000만원 이하만 법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핵심 상권의 점포 임대료는 빠르게 치솟으면서 법 적용 범위를 속속 벗어나고 있다.
핵심상권의 건물주들은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까지 `목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을 이용해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명동에서 5년간 빵집을 운영한 이명주(가명ㆍ55ㆍ여)씨는 두 배가 넘는 임대료 인상 요구에 눈물을 머금고 점포를 옮긴 경험이 있다.
지난해 이씨가 장사를 하던 점포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입질을 해오자 건물주는 "그쪽에서 임대료를 더 많이 주겠다고 한다"며 550만원 하던 월세를 1,40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려달라고 했다. 결국, 이씨는 1억원이 넘는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이씨는 "남편 사업이 어려워져서 공장 문을 닫고 정리한 돈으로 시작했던 장사"라며 "임대료가 워낙 비싸서 한 자리에서 5년 장사해서는 투자비도 못 건지는데, 하소연할 데도 없고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정보제공 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의 선종필 대표는 "경기가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돼 있다. (부동산 투자도) 취약 상권보다는 주요 상권에 집중된다. (주요상권의 상가) 물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건물주들은) 자본을 투입한 만큼 새로운 기대이익을 생각하게 되는데 결국 이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한 상가 임대료 오르면 주변서 연쇄적 상승
경쟁업체, 건물주에 더 유리한 조건 제시 등
이렇게 한 상가의 임대료가 오르면 같은 상권으로 묶인 인근 점포의 임대료가 연쇄적으로 상승하는데 지방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울산광역시 남구의 한 편의점 업주는 최근 큰 폭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건물주는 보증금을 2억 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월세를 81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인상률이 각각 300%, 76%에 달한다. 사정을 알고 보니 경쟁업체가 건물주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영업 호황 이루면, 건물주 자리 뺏기도
"매출 늘었으니 임대료도 올려야" 말도 안돼는 인상
건물주의 탐욕도 자영업자에겐 치명적이다. 영업이 잘된다 싶으면 건물주가 임차인을 내보내고 그 자리에 직접 점포를 차리거나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박미진(가명ㆍ50ㆍ여)씨는 지난 2009년 춘천의 한 주택가에 편의점을 열었다. 당시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20만원. 박씨는 개업 초기 하루 평균 110만원이던 매출을 이듬해 17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 갱신 시점이 가까워져 오자 건물주는 "매출이 늘었으니 임대료도 올려야겠다"며 월세를 17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박씨는 이 요구를 거부했지만, 명도소송 끝에 결국 가게를 비워줬다. 건물주는 이 자리에 직접 슈퍼마켓을 차렸다.
창업 및 상가 컨설팅 전문업체 한누리창업연구소의 박경환 소장은 "예전에는 악덕 건물주가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건물주가 악덕업주라고 봐야 한다"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적용이 안 되는 상가는 20∼30%씩 올려버린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대기업들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올려줄테니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 달라고 하는 사례도 많다"며 "임대료를 올렸다는 소문이 건물주 모임에서 나오면 주변 건물 임대료가 전체적으로 오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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