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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인 경남도의 홍준표 지사가 중앙정치의 방식으로 경남도를 통치할 게 아니라 지방자치의 정신에 입각해 개방적이며 민주적으로 경남도정을 이끌어 줄 것을 촉구한다" 지난해 12월 19일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곧 있으면 취임 5개월을 맞은 가운데, 지난 4월 30일 경남도내 21개 단체로 구성된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아래 경남연대)가 공식적으로 촉구한 말이다. 지난 3월 이후 경남도청 본관 2층 프레스센터에서 도지사실로 통하는 복도 중간의 육중한 방화 철문이 종종 닫힌다. 도청으로 들어갈 수 있는 1층 6개의 출입문도 별관으로 통하는 뒷문 하나만 남겨 놓고 모두 닫히기 일쑤다. 홍준표 지사가 지난달 26일 적자 누적과 운영상 문제 등을 들어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힌 후 노조원 출입을 통제하는 풍경이다. 일각에서는 역대 지사들이 차마 단안을 내리지 못한 현안을 `칼같이` 정리했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굳게 닫힌 철문이 홍준표 도정의 `불통`을 상징한다는 지적도 많다. `모래시계 검사`란 애칭을 가진 집권당 대표 출신 홍 지사가 고향의 도백을 맡은 지 오는 20일로 5개월을 맞는다. 홍 지사는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진 경남도의 청렴도를 향상시키고 전국 3위의 경남도 위상에 걸 맞는 `당당한 경남시대`를 열어 가겠다면서 `깨끗한 도정, 지역균형발전, 성장동력 확충, 건전한 재정, 문화경남 창달` 등 5대 도정방침을 신속히 확정하고 단기간에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을 마무리 해 일하는 도정의 모습을 갖추게 했다. 이에 걸맞게 그는 취임과 동시에 정의와 서민을 내세우며 부정부패 청소를 진두지휘하고 재정난 해결에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공언이 현실화되자 간부들이 도청 복도를 뛰어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그동안 야권 도의원, 일부 시장ㆍ군수, 시민ㆍ노동단체로부터 `불통`, `독불장군`, `깜짝쇼`, `촌놈 무시` 등과 같은 비난과 공격을 끊임없이 받았다. 평판이 극단으로 엇갈리는 홍 지사 취임 5개월을 앞두고 그의 성과, 문제점, 향후 전망 등을 정리했다.
"서민 도지사…`당당한 경남시대`열겠다"
홍 지사는 취임 일성으로 "벼랑 끝에 놓인 서민의 삶, 소외된 사람들을 챙기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서민 도지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편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도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당당한 경남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그는 공직자 자신부터 당당해야 한다며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도정이 깨끗해질 때까지 비위가 적발되면 바로 고발 조치하는 고강도 사정을 예고했다. 실제로 몇 사람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그는 전국 어디나 토착 부패 세력들이 있고, 도지사가 연계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당선 후 저녁식사를 외부인사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금껏 지키고 있다.
경남도가 일하지 않고 부패한 조직이라고 인식한 그는 수시로 사고ㆍ행동ㆍ과정의 혁신을 역설하며 간부들을 질책, 초긴장 분위기를 조성했다.
도 부채가 1조 3,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자 2017년까지 6,608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재정점검단 설치, 예산낭비신고센터 운영 활성화, 순세계잉여금 일정비율 채무 조기 상환, 출자ㆍ출연기관 구조조정, 대형공사 설계변경 엄격심사 등 세부 방안도 제시했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서부권개발본부를 설치했고 공공기관 일부 서부 이전을 약속했다. 교통안전공단 지사를 진주에 유치하기도 했다.
자기사람 챙기기 `낙하산 인사`… 볼멘소리
홍 지사는 취임 후 도의회 야권 의원들과 인사청문회, 진주의료원 폐업 등을 놓고 충돌했다. 홍 지사가 시ㆍ군 순방 과정에서 인사청문회 중단을 일방 선언했다. 야당 도의원들이 검증 결과 비공개 약속을 깼다는 것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여야 도의원 모두 강 내정자를 부적격이라고 판단했으나 홍 지사는 임명을 강행했고, 야당은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강 후보자가 결국 사직했지만 홍 지사가 받은 상처는 적지 않았다.
이처럼 홍준표 도지사의 인사 스타일을 둘러싸고 볼멘소리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겉으로는 부패비리 척결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준이 일관성이나 형평성이 없고, 실제로는 지나친 측근 챙기기라는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윤한홍 행정부지사에 이어 서일준 거제부시장까지 청와대 출신이 상례를 벗어나 자리를 차지한 것에 대해서 뒷말이 무성하다.
도청 공무원의 절반이 바뀐 이번 대규모 인사에서 실ㆍ국장 추천제도 도입됐고 부패ㆍ비리와 관련해서는 연대 책임을 강력히 묻는 과단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지만 겉모양새와 달리 속내를 뜯어보면 도청 공무원들의 군기를 잡고 줄 세우기를 한 인사란 혹평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정무부지사와 직제 개편, 경남발전연구원장, 남해대학장, 산청엑스포 집행위원장, 창원경륜장 이사장 등 선례에서 보듯이 홍 지사는 자신의 선거캠프를 고스란히 경남도에 입성시키고 있다.
불통ㆍ독단 이미지 변신은 큰 숙제
산하 기관 개혁 조치의 하나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은 홍 지사의 `불통행정의 극치`란 지적을 받고 있다.
홍 지사는 두 달간의 고심, 수차례의 보고를 받은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과 노동계는 공공의료는 간데없고 `장사꾼 논리`만 남았다며 반발했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의료`와 관련한 전국 이슈화가 됐고 철탑농성과 도의회 파행으로 이어져 정치권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홍 지사가 이념 편향되고 노동 세력을 적대시하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야권의 공세가 이어졌다.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바로 다음날 이어진 출자출연기관 구조개혁 조치도 진주의료원 폐업 조치를 희석하려 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협의가 충분하지 않은 설익은 상태에서 발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립대학과 문예 3개 기관 통ㆍ폐합 방침에도 해당 지역과 분야 관계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여당 소속 도의원들도 의회를 무시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홍 지사를 두고 아직 중앙 정치인, 강력부 검사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들이 많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하면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환자와 직장을 잃어야 하는 직원이 각 200여명이나 있지만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도지사의 자세로 합당한지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벌써 내년 선거는 물론 더 먼 정치적 꿈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최근 일련의 조치들도 그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야권ㆍ시민단체 "홍준표, 혼란만 야기"
경남지역 야권이 바라보는 홍준표 도지사는 한마디로 `물가에 내놓은 아이`로 평가하고 있다.
도의회 야권의원 모임인 민주개혁연대는 홍 지사 취임 100일을 맞았을 때 "홍 지사 취임 이후 도정은 혼란만 가중되고 걱정스러운 미래를 예고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하기엔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개혁연대는 "경남도가 빚더미에 올라 곧 파산할 것 같은 위기의식을 조장해 홍 지사가 뽑은 개혁의 칼날은 결국 서민들을 정조준했다"며 "도 부채의 57%가 무분별한 민자사업과 도로사업 등에 따른 것인데도 서민들이 이용하는 진주의료원과 문화단체 등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도 이날 `도지사 홍준표는 없고 검사 홍준표만 있었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홍 지사의 독단 결정 속에서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사의 모습이 비친다"고 평가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도 "홍준표 도정 출범 후 경남은 대립과 갈등, 혼란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30일 홍준표 도지사 취임 후 처음으로 입을 열고 `민주적이고 품위있는 도정`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홍 지사 취임 4개월여 동안 도정을 바라보는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고 혼란스럽다"며 "길지 않은 기간임에도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연대회의는 "그러나 현재 경남도정은 중앙정치의 폐해를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고 자기(당)중심 정치, 갈등과 대결의 정치, 밀어붙이기식이 판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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