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처럼 이상기온으로 작황이 안 좋아 물량이 적고 단가가 비싸면 일할 흥이 안나요. 중매인들도 과일을 구매해도 가격이 높아 팔리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들이 져야하기 때문에 경매 하는 저도 힘들죠"
 |
| 창원청과시장에서 가장 오래 일한 경매사 최충식 씨. |
높은 농산물 가격으로 농민들도 소비자도 유난히 힘든 이번 추석에 중간 다리가 되어주는 경매사들도 곤혹스럽기 마찬가지다.
창원청과시장에서 가장 오래 일한 경매사 최충식씨는 20년이 흐른 지금도 농민과 소비자사이에 알맞은 가격이 고민이다.
매일 새벽 5시부터 8시까지 경매를 해도 농민과 소비자 모두 웃는 가격이 된다면 저절로 흥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된다.
그러나 중매인들이 무조건 싸게 구매 하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너희들도 농사 지어봐라`하고 욕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농민과 중매인들에게 똑같은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한 해 농민들이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을 무조건 싸게 사려고 하면 되나요. 아무래도 농민들에게 마음이 조금 더 가지요"
1982년 당시 바나나가 3~4만원에 팔리던 시절, 농산물 도매시장은 흔치 않았다. 그 당시 바나나 수입을 하는 무역회사에서 일하며 도매시장에 오가며 경매사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던 중 경매시장 사람들 눈에 뛰어 그해 10월에 마산 청과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매사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97년부터 지금의 창원청과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웃으며 "자식들한테 내 제사상에는 과일은 올리지 말라고 해요. 차라리 좋아하는 술을 올렸으면 올렸지"하며 매일 새벽부터 과일과 싸우는 경매사일의 고단함을 털어놨다.
그러나 생산자에게 출하단가를 잘 맞춰줘서 고맙다고 연락이 오면 보람을 기쁘다. 그 보람으로 경매사 일을 해왔다.
경매사는 경매가 끝난 후에도 출하한 사람에게 입찰된 단가를 알려주고 좋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다.
"예전에 전국 최고 품질로 꼽히는 문산 배 확보를 위해 경매가 끝나고 매일 생산자에게 찾아갔어요. 정성을 다한 설득 끝에 문산 배 90%를 유통할 수 있게 됐죠"
유비가 제갈공명에게 세 번 찾아가는 열성으로 경매사들은 전국 곳곳에 최고 품질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이제 경매사들이 확보한 물량으로 신나는 가격 흥정은 듣기 힘들어질 것 같다.
"이제 경매시장도 생산자와 중매인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달라져요. 경매시장에 오는 유통단계는 줄어들고 경매사는 생산자가 적절한 출하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변화해요.
물론 경매할 때처럼 흥은 안 나겠지만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간다면 그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윤은미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96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