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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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 교육부 연구사 역임 / 한국상담학회 노인상담학회 대외협력위원장, 수련감독 |
아침 회의가 시작된 지 30분쯤 지났을 때였다.
한 팀장이 갑자기 발표를 멈췄다.
분명 어젯밤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던 내용인데, 중요한 숫자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하얘졌고, 회의가 끝난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자꾸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습니다"
건강검진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혈압도 정상이고 혈당도 괜찮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아침마다 커피 한 잔으로 출근했고, 점심은 햄버거나 라면으로 대충 해결했다. 오후가 되면 피곤해서 달콤한 음료와 초콜릿을 찾았고, 야근을 하는 날이면 늦은 저녁 치킨과 맥주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몸은 배부르게 먹고 있었지만 뇌는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업무 능력은 경험과 실력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뇌과학은 그보다 더 기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뇌는 오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동차에 좋은 연료를 넣어야 엔진이 제 성능을 내듯이, 우리의 뇌도 적절한 영양소가 공급되어야 최고의 성과를 낸다.
뇌는 몸무게의 약 2%밖에 되지 않지만 하루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0%를 소비하는 기관이다. 수많은 이메일을 읽고, 회의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모든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래서 직장인의 성과는 책상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식탁에서도 결정된다.
최근 AI의 등장으로 직장인의 업무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정보를 찾는 것이 일이었다면 이제는 넘쳐나는 정보를 판단하는 것이 일이 되었다.
생성형 AI는 보고서를 몇 초 만에 작성해 주고 아이디어도 제안한다.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할지, 무엇이 옳은 판단인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뇌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집중하고, 빠르게 판단하며,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뇌를 가진 사람이다.
그 뇌는 매일 먹는 음식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 뇌는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거대한 회사와 같다.
신경전달물질은 그 회사의 메신저다.
세로토닌은 조직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리더이고, 도파민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부여 전문가이며, 아세틸콜린은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는 비서이고, GABA는 과열된 회의를 진정시키는 조정자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신경전달물질이 우리가 먹는 음식 속 영양소를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결국 오늘 먹은 점심이 오후의 집중력을 만들고, 오늘의 아침식사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의 성과를 좌우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IT기업 개발자는 오후만 되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고민이었다.
오후 3시만 되면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달콤한 빵을 먹지 않으면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생활습관을 살펴보니 점심은 대부분 면류나 패스트푸드였다.
우리는 점심 식단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햄버거 대신 생선이나 닭가슴살이 포함된 식사를 하고,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선택했으며, 오후 간식은 초콜릿 대신 호두와 아몬드로 바꾸었다.
3주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후에 졸리는 시간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회의가 길어져도 집중력이 유지됩니다"
"커피를 하루 네 잔 마시던 것이 두 잔으로 줄었습니다"
업무량은 그대로였지만 뇌가 사용하는 연료가 달라진 것이다.
직장인의 뇌는 무엇을 가장 좋아할까?
먼저 오메가-3 지방산이다.
연어와 고등어, 호두에 풍부한 오메가-3는 신경세포막을 유연하게 만들어 정보 전달 속도를 높인다. 기억력과 학습 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음은 단백질이다.
달걀, 두부, 생선, 콩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만드는 아미노산을 공급한다. 중요한 회의나 발표가 있는 날 아침에는 커피만 마시기보다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또한 견과류와 녹색 채소는 마그네슘과 비타민 B군을 공급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뇌가 안정적으로 일하도록 돕는다.
무엇보다도 물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브레인 푸드다.
탈수가 심하지 않아도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직장인의 뇌를 가장 빨리 지치게 만드는 음식도 있다.
공복에 마시는 달콤한 커피, 점심 대신 먹는 라면, 회의 중 습관처럼 집어 드는 과자와 탄산음료.
이러한 음식은 순간적으로 혈당을 높여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곧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더 큰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가져온다. 결국 오후 3시가 되면 또 커피를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직장인을 위한 `브레인 식사법` 7가지
출근 후 첫 커피보다 먼저 물 한 잔을 마시자. 밤새 부족했던 수분을 보충하면 뇌도 빠르게 깨어난다.
아침은 커피만 마시지 말고 달걀, 그릭요거트, 두부처럼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자.
점심은 "탄수화물만 가득한 메뉴"보다 단백질과 채소가 함께 있는 식사를 선택하자.
오후 졸릴 때는 달콤한 빵보다 호두나 아몬드 한 줌을 먹어 보자.
일주일에 두세 번은 등푸른생선을 먹어 오메가-3를 보충하자.
하루 1.5~2L 정도의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이자.
야근이 잦을수록 야식보다 규칙적인 저녁 식사를 우선하자.
많은 사람들은 직장인의 경쟁력은 AI 활용 능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물론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는 것도 결국 인간의 뇌다.
집중력이 떨어진 뇌는 좋은 질문을 만들지 못하고, 피곤한 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연결하지 못하며, 지친 뇌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최고의 두뇌계발은 비싼 건강기능식품보다 오늘 점심 메뉴를 바꾸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다.
오늘 당신이 먹은 한 끼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다.
그것은 내일의 성과를 만드는 투자이고, 회의실에서 떠오를 아이디어의 씨앗이며, AI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기본적인 뇌 관리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