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재정건전성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명목으로 각종 공적 기금을 폐지하려 하자 일부 시민단체가 공익사업에 쓰일 예산 집행 근거가 사라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남도는 최근 19개 기금에 대한 재정상태와 운용성과를 분석해 존치 필요성이 낮은 13개 기금을 폐지하는 일제 정비를 추진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법정 의무기금인 재해구호기금은 비슷한 목적의 재난관리기금이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 관리를 위해 행정자치부에 폐지를 요청했다.
도 재량기금인 중소기업육성기금·청소년육성기금·자활기금은 폐지하기로 했다.
자체기금 중에서는 남북교류협력기금·농업전문인력육성기금·근로자 자녀 장학기금·환경보전기금·양성평등기금·출산아동양육기금·체육진흥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장학기금·노인복지기금을 폐지한다.
법정기금인 재난관리기금과 식품진흥기금, 자체기금인 남해·거창대학 장학기금과 농어촌진흥기금·투자유치진흥기금 등 6개 기금만 존치한다.
도는 "이자율이 낮은 상황에서 이자로 운용하는 기금은 재정 운용상 효율성이 떨어져 폐지하고, 도민 수혜가 많은 융자성 기금이나 법정기금은 존치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도가 폐지하는 기금이 여성과 청소년, 노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환경문제와 남북교류 등 공익을 위한 사업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경남도청에서 양성평등기금 폐지에 반대하는 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양성평등기금을 더 확대하고 사회 각 분야에 실질적 여성 참여를 늘려야 할 시점에 경남도는 적극적인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금을 폐지하는 조례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금 폐지는 공익사업에 대한 근거를 없애고 지속적으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예산집행이 담보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도 지난 14일 환경보전기금을 폐지하는 환경기본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는 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도는 기금을 부채 청산에 사용하겠다며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기금도 폐지하려 한다"며 "이 기금은 도민이 누려야 할 환경의 질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물적 토대이기에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는 5천억원 규모인 19개 기금 중 1천377억원 수준인 13개 기금을 이번에 폐지해 채무상환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자율이 연 2% 미만인 상황에서 이자 수입으로 운용하는 기금 운용은 효율이 떨어져 일반회계 예산으로 편성한다고 덧붙였다.
도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지난 7월 개정된 지자체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모든 기금의 존속기한을 내년 말까지로 강제해 기금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며 "폐지한 기금은 지방채 원리금 상환이나 폐지한 기금의 목적사업에 우선 사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기금이 폐지되더라도 행정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회계에 기금 운용목적에 따른 공익사업 예산은 더 확대 지원한다"며 "양성평등사업은 내년에 올해보다 2천만원 더 늘어난 1억5천만원이 지원된다"고 소개했다.
도는 이러한 기금을 폐지하는 관련 조례 개정안에 대해 이달 중 조례규칙심의회 심의를 거쳐 다음 달에 열리는 도의회 정례회에 상정해 의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김광수 기자 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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