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와 도내 시ㆍ군의회 대부분이 구속된 의원에게도 의정비를 그대로 지급하고 있어 조례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경남도의회와 도내 18개 시ㆍ군의회에 따르면 현재 의원이 구속되더라도 의정비는 그대로 지급되고 있고 이를 제한하는 곳은 합천군의회가 유일하다.
합천군의회는 지난 14일 열린 제21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합천군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구금 상태인 의원에게 수당 성격의 의정활동비와 여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
급여 성격의 월정수당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그대로 지급한다.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의정활동비를 소급해 지급하도록 했다.
합천군의회는 "구속된 의원에게 의정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이 불합리한데다 최근 비판 여론이 높아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행정자치부에서 "관련 조례 제ㆍ개정에 협조해달라"며 보낸 공문 역시 조례 개정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합천군의회를 뺀 나머지 17개 시ㆍ군의회와 도의회는 여전히 관련 조례 제ㆍ개정에 미온적이다.
특히 올해 도내에서는 각종 사건이 잇따라 10명 넘는 의원이 검찰ㆍ경찰의 수사를 받은데다 구속 상태에서 의정비를 챙긴 의원도 여럿인데도 조례 정비는 더디기만 하다.
의장 당선을 위해 동료 의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 6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명식 전 김해시의회 의장은 구속일(8월 13일)부터 의원직 사퇴일(10월 5일)까지 54일간 의정비를 챙겼다.
일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두 달치에 가까운 의정비를 받은 셈이다.
김해시의회는 의정활동비 110만원, 월정수당 220만원을 포함해 한 달 330만원 정도를 의원에게 지급한다.
손태환 전 창녕군의회 의장과 박재홍 전 창녕군의회 부의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의장단 선거 당선 목적으로 동료 의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각각 지난 7월 20일과 10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뒤 지난달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손 전 의장은 구속일부터 의원직 사퇴 처리된 8월 30일까지 42일간 270만원(한 달 의정활동비ㆍ월정수당)이 넘는 돈을 챙겼다.
박 전 부의장은 구속일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난 지난달 8일까지 61일 동안 의정비를 챙겼다.
박 전 부의장은 의장단에서는 물러났지만 의원직은 유지하고 있다.
의원 구속 등 홍역을 직접 치른 김해시ㆍ창녕군의회도 아직 조례를 손보지 않고 있다.
김해시의회 한 의원은 "연말 정례회 때 관련 조례에 대해 의논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상위법이 추진된다는데, 결국 조례는 상위법을 따라간다고 봐야 되지 않겠느냐"며 상위법 제정까지 미룰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도의회와 나머지 시ㆍ군의회도 조만간 상위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조례 정비 여부를 논의하지 않는 등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준법 태도와 청렴성이 특히 강조되는 선출직 지방의원들이 구속된 의원에게도 의정비를 주는 부당함을 스스로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백종국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도 안 하면서 (의정비를) 챙겨가는 건 부당하다"며 "의원들은 그런 비판 여론을 귀담아듣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조례 정비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정종민ㆍ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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