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도내 대형 상점에서 `경남 쌀`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전국 쌀의 10% 가까이 생산하는 경남이지만, 이같은 현상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경남을 대표할 만한 `명품 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지역 쌀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소비자와 유통업체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주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가 파악한 도내 15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쌀 제품은 지난해 말 현재 100개가 넘는다. 하지만 판매 제품 가운데 경기도 이천이나 강원도 철원처럼 지역 특색이나 이미지를 살려 전국적으로 이름난 명품 쌀은 사실상 없다.
거창군의 `밥맛이 거창합니다`, 산청군의 `지리산 산청 메뚜기쌀`, 함양군의 `지리산 함양 황토쌀` 등 일부 제품만 경남도민 귀에 익숙할 정도다. 이밖에 나머지 제품은 이름을 아는 소비자가 별로 없다시피 하다.
경남농협이 파악한 도내 쌀 제품 가운데 전국 고품질 쌀 평가대회에서 수상한 제품은 찾기 어렵다. 농협 품질(NHQ) 인증을 받은 쌀도 손에 꼽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경남산 쌀의 품질이 쌀만 1모작으로 재배하는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남에서는 대부분 타 작물과 함께 쌀을 2모작 형태로 재배하기 때문에 쌀의 품질을 결정하는 지력(地力)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쌀도 많지 않다. 경남도가 파악한 도내 친환경 인증면적은 6.5% 수준에 불과하다. 전남 등지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쌀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시중에 유통되는 전남 쌀은 20㎏ 기준으로 경남 쌀보다 평균 2,000~3,000원이 싸다.
경남의 한 RPC 관계자는 경남 쌀보다 미질이 더 놓으면서 값도 싼 전남지역 쌀의 공세가 거세다고 유통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경남에 명품 쌀이 없는데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자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품종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도내에서 유통되는 경남 쌀 가운데 단일품종 비율은 20~60%에 그치고 있다. 이 쌀, 저 쌀이 뒤섞여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남 쌀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품종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농협은 강조했다.
경남농협 경제지원팀 최홍래 양곡판매 담당 차장은 27일 "농협을 통한 들녘별 계약재배와 정확한 수매가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남 쌀이 그나마 지탱하는 것은 도내 대도시와 인근 부산, 울산 등 소비지를 곁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쌀소비가 계속 주는 상황에서 품종 단일화와 친환경 쌀 재배는 시급한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경남도는 최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친환경 쌀 인증면적을 오는 2015년까지 12% 수준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친환경 농업 육성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17년까지 301억원을 들여 의령ㆍ함안ㆍ창녕ㆍ합천군에 `낙동강권 친환경농업 벨트조성 사업`을 추진해 친환경 농업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남에서 생산된 쌀은 39만톤으로 전국 쌀 생산량 423만톤의 9.2%를 차지했다.
경남농협이 파악한 우리나라 국민의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7.2㎏으로 전년도 69.8㎏보다 2.6㎏ 줄어드는 등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농협은 `2070 프로젝트(2020년까지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을 70㎏까지 회복하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 촉진은 쉽지 않은 과제다.
/김광수 기자ㆍ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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